[박준규의 기차여행ㆍ버스여행] ‘코로나 우울감’ 해소… 남도 봄꽃 여행
겨울이 다 갔지만 올해 봄은 봄이 아니다. 그래도 꽃은 어김없이 피어 남녘에서부터 개화 소식이 북상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행이 망설여지는 것이 현실이고, 대부분의 봄꽃 축제가 취소돼 상춘객도 눈에 띄게 줄었다. 야외 나들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봄바람 쐬며 우울한 기분을 털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물론 본인과 타인을 위해 마스크 착용은 필수, 개인 위생에 철저히 신경 쓰는 게 우선이다. 봄의 전령인 매화와 산수유가 만발하는 광양과 구례의 꽃 소식을 전한다.
◇꽃길 찾아 물길 찾아 광양 매화 여행
광양매화마을은 행정구역상 전남 광양이지만, 섬진강 건너 경남 하동에서 더 가깝다. 대중교통도 광양행 고속버스보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동행 시외버스를 타고 화개터미널에 내리면 빠르다. 서울남부에서 화개까지 하루 10회 시외버스가 운행한다. 3시간25분가량 걸리고 요금은 성인 2만8,500원이다. 시외버스통합예매 홈페이지(https://txbus.t-money.co.kr/main.do)에서 예매할 수 있다. 화개에서 광양매화마을까지는 35-1번 시내버스가 하루 6회 운행한다. 35~40분 소요된다.
매화마을에 내리자 넓고 푸른 섬진강을 앞에 두고 뒤편 산자락이 매화의 향연이다. 꽃 잔치에 눈이 부셔 동선을 어떻게 잡아야 할 지 막막하다. 매화마을 입구~광양매화문화관~대숲~전망대~영화세트장~정자~청매실농원을 거쳐 다시 마을 입구로 돌아오는 코스가 가장 효율적이다.
먼저 광양매화문화관으로 향한다. 이곳 매화마을은 청매실농원 홍쌍리 여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규모로 매화나무를 심으며 시작됐다. 문화관은 매화마을의 역사와 매화의 종류, 매실 가공과 조리법 등을 전시하고 있다.
매화 향기에 흠뻑 빠졌다가 대숲에 들어서면 새로운 세상이다. 녹음이 가득한 왕대나무에 눈이 시리다. 대숲을 나와 계단을 오를 때는 잠시 땀도 나고 숨도 거칠어진다. 이렇게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가 툭 트인다. 화사한 매화마을 앞으로 섬진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하얀 모래사장 사이를 흐르는 강물이 유난히 푸르다.
마을 중턱에 돌담과 매화로 둘러싸인 초가집이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 등장했던 세트로 방문객이 가장 몰리는 포토존이다. 정자 주변으로 꽃비라도 흩날리면 잠시 다른 세상인 듯 황홀하다.
천천히 오르막길을 오르면 매화마을의 산 증인 홍쌍리 여사의 청매실농원이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홍씨는 1965년 광양으로 시집와서 농사꾼의 삶에 지치고 사람이 그리울 때마다 매화를 심었다. 그 고단한 그리움이 오늘의 매화마을을 이뤘으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게 학력이지만 그의 매실 농사와 가공 기술은 웬만한 박사를 능가한다. “남 탓보다는 스스로 노력하라, 내가 원하는 분야에 젊음을 바쳐 불태우라.” 농사 경력 53년, 78세의 나이지만 매실에 대한 열정만큼은 젊은 사람을 능가한다. 일을 설렁설렁하지 않겠다고 설렁탕은 안 먹는다고 할 정도다.
2,000여개의 옹기는 그 노력의 산물이다. 청매실고추장, 청매실고추장장아찌, 청매실된장 등 다양한 매실 제품이 맛있게 익어간다. 꽃그늘 아래서 맛보는 매실아이스크림에 봄의 향기가 온몸으로 번진다.
◇노랗게 물든 지리산 자락…구례 산수유마을
광양 섬진강변에 매화가 만발할 즈음 바로 위 구례에선 산수유가 지리산 자락을 노랗게 물들인다. 대중교통으로 가는 길은 다소 복잡하다. 매화마을에서 35-1번로 화개터미널 되돌아 나와 시외버스나 농어촌버스를 타고 구례공영터미널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지리산온천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타고 중동정류소(좌사리)에 내린다. 화개에서 구례까지는 시외버스가 하루 8회, 시내버스가 7회 운행한다. 약 30분 걸린다. 구례에서 지리산온천 가는 버스는 하루 13회 운행하며 25분가량 소요된다.
구례 산수유는 약 1,000년 전 중국 산둥성에 사는 여인이 구례군 산동면으로 시집 올 때 가져다 심은 것이 처음이라고 전해진다. 현재 대한민국 전체 산수유 열매의 약 73%가 구례에서 생산된다고 하니 산수유의 본산이다. 산수유 사랑공원에 오르면 지리산온천과 원좌마을 산수유 군락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인근 산수유문화관은 산수유의 역사와 효능, 관련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올해 축제는 취소됐지만 산수유마을은 이미 사방천지가 샛노랗다. 개나리보다 훨씬 작은 꽃송이에 더 조그마한 꽃송이가 여럿 겹친 모습이 볼수록 신기하고 아름답다.
마을 초입에서도 봄 기운이 물씬 풍기지만 반곡마을과 상위마을로 올라가면 그 서정이 한껏 깊어진다. 반곡마을은 산수유와 지리산이 어우러져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시냇가(서시천)에서 물소리를 벗 삼아 노닐다가 산수유와 어우러진 꽃담길을 돌아본다. 노란 꽃 물결 속에 나른한 걸음걸이는 영화나 드라마 속 명장면이다. 상위마을로 가려면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아기자기한 오솔길과 산수유가 어우러진 산간 마을 모습이 꿈결같다.
지리산온천을 끼고 있다는 것도 구례 산수유마을의 큰 장점이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면 여행의 피로도 사르르 녹는다.
※기사의 사진은 지난해 3월 모습입니다.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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