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 승객 입국 제한 조치로 인해 외국에서 입국 거부를 당하는 국내 기업의 피해 상황을 정부가 직접 파악하고 나섰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요청에 따라 어제(2일) 129개 전 세계 무역관에 우리 기업들의 주재국 입국에 따른 애로 사항이 발생한 경우 사례를 파악해 본사로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3일 밝혔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방문자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87개국으로 늘었다.
해외영업이 주 업무인 종합상사업계가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중국 후베이성 출장을 금지한 데 이어 임직원의 해외 출장을 잠정적으로 제한했다. 불가피하게 출장을 가야 할 경우 사전 결재를 받아야 한다. LG상사 역시 국내외 위험지역은 출장을 금지하고 현지 주재원이 국내로 들어오거나 해외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도 자제하도록 했다.
대형 종합상사에 따르면 유럽과 동남아 지역의 해외지사 주재원들이 현지에서 ‘코로나’라고 불리며 감염자 취급을 당하거나 현지 거래업체들이 뚜렷한 이유를 대지 않고 방문을 거절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신기술 확보를 위한 왕래도 막히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와 수소에너지 사업 협력을 위해 지난달 임원을 출장 보냈지만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해 되돌아왔다.
특히 중국 못지않게 교류가 많은 베트남이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해외영업 활동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거란 우려가 높다.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 내 한국기업은 3,000개가 넘는다. 실제로는 5,000개를 웃돌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직접투자통계를 보면 지난해에만 이곳에 638개의 국내 신규 법인이 설립됐을 정도로 베트남은 신남방정책의 중심국가다.
베트남에 스마트폰 생산 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현재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현지 공장의 원활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까 애를 태우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더 직접적이다.
서울 금천구의 한 의료기기 수출업체 관계자는 “매출액 중 절반가량이 해외에서 발생 하는데 일본과 유럽, 동남아에서 열 예정이던 전시회를 줄줄이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실적에 악영향이 있을 뿐 아니라 전시회 참가비와 부스 설치비용까지 모두 손해 보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 증가세가 중국을 추월하며 해외 기업이나 바이어(구매자)들의 방한 일정도 연이어 취소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금형 제조업체는 신종 코로나 사태 후 한 달 가까이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외국 바이어가 들어와 검수를 마쳐야 제품을 선적할 수 있는데 그들이 한국 입국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제때 검수가 이뤄지지 않아 선적이 늦어지고 수출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중소기업들이 계약 대금을 제때에 못 받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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