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들 신고하러 몰리자 온라인서 “한국이 비용 대주나” 의문 제기
정부 “본국 돌아갈 때 자부담이 원칙… 정부 부담 비용 없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려로 본국에 돌아가려 자진신고를 하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이 자비로 귀국하지 않기 위해 신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일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태국에서 온 불법체류자들 근황’ 등의 제목으로 한 태국 불법체류외국인의 글이 확산되고 있다. 자신을 자진신고 대상인 불법체류외국인이라 밝힌 그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구출입국ㆍ외국인사무소와 김해공항출입국ㆍ외국인사무소 출국사무과 앞에 불법체류외국인 자진출국 신고서를 작성하려는 이들이 길게 줄 서있는 사진을 연달아 올렸다.
그는 김해공항출입국ㆍ외국인사무소 사진과 함께 “외국인사무소는 (오전) 6시에 여는데 자진신고하기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이 많다”며 “다른 형제자매들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구출입국ㆍ외국인사무소 사진에는 “오늘 대구 상황,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기 위해 신고하고 있다”며 “한국사람들이 (대기 줄을 보고) ‘마스크를 나눠주는 것인가’하고 물어봤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사진은 태국에서도 화제가 되며 카오소드 등 현지매체에 실렸다. 현지 언론은 그의 사진들과 함께 “심각한 전염병으로 인해 위험한 도시인 대구에 살고 있는 태국 사람들, 불법 노동자들 또는 ‘작은 유령들(마사지숍 및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를 칭하는 속어)’이 본국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보도했다.
그의 글을 접한 한국 누리꾼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자진신고하고 추방해달라고 요청 중인데 이유가 ‘비행기표를 자비로 사기 싫어서’라 태국 내에서도 욕을 먹고 있다”(미****), “유료 추방하면 안 되나”(예****), “불법체류자들 감염되면 병원도 못 가니 저렇게라도 나가는 게 낫다”(B****), “이번 기회에 불법체류자들 다 나가고 못 오게 했으면 좋겠다”(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들의 ‘불법체류외국인들이 자비로 귀국하기 싫어서 자진신고를 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 측은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출입국관리법 68조 등에 의거, 기본적으로 스스로 출국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비 부담이 원칙이고 강제퇴거의 경우도 우리 정부에서 부담하는 비용은 없다”며 “개인이 비용 마련을 위해 사적 관계를 통해 빌리거나 단체를 통해 구제받기도 하는데 공공기관에서 관여할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렇게 해서 귀국한다고 해도 상황은 쉽지 않다. 태국 내에서는 한국에 있던 이들이 태국으로 입국할 경우 코로나19가 전파될 가능성과 관련해 비판 여론도 나오고 있다. 이 불법체류외국인의 글에 현지 누리꾼들은 대체로 “건강을 잘 챙기고 안전하게 여행하길 바란다” 등 응원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돌아오면 감금해야 한다, 사회적 부담이 되지 마라”(P****), “작은 유령들, 왜 돌아오는 거냐”(J****), “질병을 태국에 가져오지 마라”(P****) 등 부정적 의견을 남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부터 6월까지 자진출국하는 불법체류외국인에게는 범칙금과 입국금지를 면제해주고, 3~6개월 뒤 본국 범죄경력과 전염성 질환 여부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재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와 함께 코로나19 사태가 맞물려 자진출국 신고를 하는 불법체류외국인들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출입국ㆍ외국인청에 따르면 정부가 감염병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지난달 23일 이후 자진출국 신고서를 작성하는 불법체류외국인은 3배 가량 늘어났다.
한편 이날 방콕포스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한국에서 귀국하는 불법체류외국인들을 따로 격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한국에서 들어온 이들은 자발적으로 14일 동안 자가격리 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5,000명 이상의 태국 국적 불법체류외국인들이 지난해 12월부터 1일까지 자진신고 했다고 밝혔으며, 태국 노동부는 이중 약 4,000명이 이미 귀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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