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세계랭킹 5위 더스틴 존슨(36ㆍ미국)이 개막을 4개월여 앞둔 2020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부인조차 하지 않으면서, ‘지카 바이러스 공포’가 엄습했던 4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처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스타들의 대거 불참이 현실로 다가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존슨의 매니저 데이비드 윙클은 2일(현지시간) 골프 전문매체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존슨은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PGA 투어 플레이오프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윙클은 “존슨은 올림픽도 중요하지만 PGA 투어 플레이오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가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존슨의 매니저가 직접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골프계는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 영향이 컸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존슨은 미국 남자 선수 가운데 랭킹 3위로 올림픽 출전을 사실상 예약한 선수지만, 새로운 도전 대신 PGA 투어에 전념하기로 결정한 대목은 지카 바이러스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던 4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
골프가 112년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4년전 리우올림픽은 지카 바이러스 공포에 PGA 투어 스타들의 ‘불참 릴레이’가 이어졌다.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제이슨 데이(33ㆍ호주)와 4위 로리 맥길로이(31ㆍ북아일랜드) 등 상위 20위 이내 선수 3분의 1이 불참했다. 올해도 미국 선수 가운데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3위) 브룩스 켑카(30)가 도쿄올림픽 불참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다만 미국 남자 상위 랭커들의 불참 선언이 이어져도 흥행 걱정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올림픽 무대 도전에 열의를 보인 타이거 우즈(45) 출전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즈는 미국 선수가운데 7번째 순위인 세계랭킹 11위로, 자신보다 앞서있는 미국 선수 가운데 두 명만 더 빠지면 올림픽 진출 가시권에 들어서게 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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