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지난달 당에 합류한 옛 바른미래당 당권파 이찬열ㆍ임재훈 의원의 공천배제(컷오프)를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찬성했던 전력이 두 의원의 발목을 잡았다. 반면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바른미래당 출신 인사들은 공천 가능성이 높아, 패스트트랙이 바른미래당 출신들의 운명을 가르게 됐다.
통합당 공관위는 최근 이찬열ㆍ임재훈 의원의 공천 여부를 논의한 결과 ‘컷오프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자신이 3선을 한 경기 수원갑, 임 의원은 경기 안양동안갑에 공천을 신청하고 면접까지 마쳤다. 한 공관위 관계자는 “면접 때 본인들도 패스트트랙 통과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통합당은 4ㆍ15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권 심판에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은 모두 한 지붕 아래 뭉쳐야 한다’는 대의 아래 두 의원을 영입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반대 과정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로 적지 않은 자유한국당 출신 의원들이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는데, 통과에 적극 가담했던 두 의원에게 유리한 결정을 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공관위원들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 관계자는 “두 의원에게 공천을 주면 대구ㆍ경북(TK) 의원들을 중심으로 집단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도 감안했을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로 분류됐으나 원외 신분이라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전날 서울 영등포갑에 단수추천을 받았다. 바른미래당 출신인 김삼화ㆍ김수민ㆍ김중로ㆍ신용현ㆍ이동섭 의원도 공천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들은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에 반대했던 입장이라, 공관위가 당선 가능성 등 개인 경쟁력만으로 평가해도 뒷말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러나 당 차원에서 이찬열ㆍ임재훈 의원 합류를 결정한 만큼, 공관위가 경선을 통해 부활의 길을 열어줄 가능성도 남아있다. 두 의원이 공천을 신청한 지역은 통합당에 험지로 꼽히는 데다,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한 석이라도 빼앗아 오는 것이 중요한 만큼 ‘현역 프리미엄’을 살릴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강’도 건넜으니 ‘패스트트랙 개울’도 건너게 해달라”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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