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재기에 위생용품 선반 텅텅… 태국 약사들 “2월 중순 동나”
“아마존서 100장에 8달러서 200달러로 올랐지만 품절”
“마치 아마겟돈(지구 종말) 같아요. 다들 조금씩 미쳐가고 있어요.”
미국 워싱턴주(州) 시애틀 주민 제시카 수는 2일(현지시간)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사재기 탓에 동네 소매점에 마스크, 손 세정제, 살균 티슈 등이 바닥났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집중된 이곳뿐 아니라 캘리포니아 뉴욕 미네소타 등 전국 곳곳에서 텅 빈 마스크ㆍ위생용품 선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19 패닉’에 전 세계가 ‘마스크 대란’에 휩싸였다.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는 3일 “이미 2월 중순에 마스크가 다 동이 났다”는 현지 약사들의 말을 전했다. 낙후된 의료시스템 탓에 ‘시한폭탄’으로 평가받는 파키스탄에선 암시장 단속을 촉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최근 확산세가 심각한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 소도시에선 의료용도 아닌 건축현장용 마스크 500장이 수분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설사 재고가 있어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이 문제다. 미 CNN방송은 “아마존에서 8달러이던 마스크 100장이 최근 200달러로 올랐고 그마저도 지금은 품절”이라고 전했다. 인도에선 1월에 2~4루피(30~65원)이던 마스크 가격이 최근 50루피를 넘었다. 인도네시아의 한 교민도 “마스크 가격이 10배 이상 올랐는데 구할 수도 없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불안과 불만으로 민심이 요동치자 각국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마스크 수출 통제다. 대만은 일찌감치 1월 말부터 의료용 마스크 수출을 금지했고, 뒤이어 태국ㆍ인도ㆍ이란 등이 같은 조치를 시행했다. 세계 최대 마스크 수출공장이었던 중국도 사태가 악화하기 시작하던 1월 중순부터 수출물량을 급속히 줄였다. 심지어 이란 사법부는 3일 마스크 등 의료용품 사재기에 “5~20년의 징역형부터 최고 교수형까지 처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
민관이 합심해 공급량을 늘리는 나라들도 많다. 일본은 마스크 제조업체 3곳을 선정해 설비투자 비용을 지원키로 했고, 대만도 정부 지원하에 최근 마스크 생산라인 60개를 추가로 신설했다. 미국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대통령에게 주요 물품의 생산 확대를 명령할 수 있게 하는 국방물자생산법 발동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정부가 아예 유통망을 틀어쥐기도 한다. 대만은 이미 지난달 초부터 마스크 판매 창구를 정부 지정 약국ㆍ보건소 등으로 제한한 뒤 의료보험카드를 제시하면 1인당 2장까지만 살 수 있게 하고 있다. 사실상의 배급제로 가격도 5대만달러(약 200원)로 매우 저렴하다. 일본도 이날 국민생활안정긴급조치법에 따라 마스크 제조사들로부터 정부가 일괄매입한 뒤 지난주에 긴급사태가 선포된 홋카이도에 가구당 40장씩 배포할 방침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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