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실패한 연립정부 구성, 뇌물 재판 전 마무리할 가능성
벼랑 끝에 몰렸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1년 새 3번째 치러진 총선 출구조사에서 그가 이끄는 보수성향 집권 리쿠드당이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반 의석 확보까지는 불투명해 그의 연임 여부를 둘러싼 정국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3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어제 치러진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약 90% 개표 상황에서 리쿠드당이 29.6%를 득표해 군 참모총장 출신 베니 간츠가 이끄는 중도 청백당(26.6%)을 앞섰다. 전날 출구조사에선 리쿠드당이 36~37석, 청백당이 32~33석을 각각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임에도 2015년 이후 최고치인 71%를 기록했다.
총 재임기간이 13년 11개월로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 총리는 극심한 정치적 갈등 속에 지난해 4월과 9월에 연이어 총선을 치렀지만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1년 넘게 ‘임시’ 꼬리표를 달았다. 그는 반년만에 다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오르는 동시에 보수성향 정당들의 과반 의석을 통한 안정적인 연정 구성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로선 그가 총리 후보로 지명되는 데에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이어져온 정치적 교착 상태가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집권 리쿠드당을 비롯한 우파연합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더라도 지난해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가 연립정부 구성을 주도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어서다. 이에 현지에선 네타냐후 총리가 17일로 예정된 첫 재판 전에 서둘러 연정 구성을 마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번 총선 승리가 확정되면 그렇잖아도 격랑에 휩싸여 있는 중동 정세의 앞날은 더 가늠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는 이번 선거기간 중 5선에 성공하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을 합병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안보와 영토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의 요하난 플스너 소장은 “이번 총선 결과는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확실한 성취일지 몰라도 그가 안정되고 기능적인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이스라엘은 헌법적 불확실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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