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생명과학과 3학년 이민규(24)씨는 지난달 1일 고등학교 친구이자 같은 대학 컴퓨터공학과 4학년인 문영진(24)씨로부터 제안을 하나 받았다.
“신종 코로나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 한번 만들어 보는 건 어때?”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2명에 불과했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공포감도 높지 않았지만, 이씨는 함께하기로 했다. 국내서는 비교적 잠잠했지만, 중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을 때였다. 이 소식을 들은 문씨와 같은 과에 재학 중인 장승민(24)씨, 그리고 이들의 같은 과 선배인 4학년 이하늘(26)씨가 팔을 걷고 나섰다.
이씨는 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총체적이고도 명확한, 국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앱을 만들자는 데 의기투합했다”라며 “그 덕에 앱 개발 착수 15시간 만에 초기 버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분업. 이씨가 앱 디자인을 맡고, 문씨는 데이터베이스와 서버 개발을 맡았다. 문씨와 선배인 이씨는 안드로이드 앱 개발과 업데이트를 담당했다. 확진자 정보를 구축하는 작업에는 네 사람이 힘을 모았다. 앱은 이후 10여차례의 업데이트를 거쳐 같은 달 3일 ‘코로나 닥터’라는 이름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앱스토어)에 공식 출시됐다. 아이디어가 상품이 되는데 단 이틀이 걸린 것이다.
코로나 닥터는 신종 코로나 현황을 한눈에 보여준다. 확진자와 선별진료소, 격리 병원 위치정보를 지도에 표시해 보여준다. 또 확진자의 동선은 확진 판정 일주일 전후의 정보가 제공된다. 뿐만 아니다. 코로나 관련 뉴스를 제공하고 정부 공식 자료를 모아놓은 웹 페이지와 연결해 자가 격리 방법과 주의사항, 백신 개발 현황 등 웬만한 궁금증들을 한 곳에서 해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씨는 “앱 이용자들이 관련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한 익명 게시판과 자주 묻는 질문(F&Q) 코너도 앱 인기에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가짜 뉴스 신고까지도 한 앱에서 할 수 있도록 했으니, 그야말로 이 시국에 만능 앱인 셈이다.
한 손에서 코로나 정보를 다 볼 수 있으니 그 인기는 떼놓은 당상. 이날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는 수는 16만을 찍었고, 앱 전체 인기 순위 6위, 급상승 순위 2위, 건강 차트 2위에 오를 정도다. 이씨는 “개발에 참여한 모두가 앱 개발자를 꿈꾸고 있다”며 “이번 경험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이 앱은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한시적으로 볼 수 없다. 구글 측이 익명 커뮤니티에 신종 코로나와 관련 없는 글이 올라오는 것을 문제 삼아 ‘개선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현재 지적 사항에 대한 수정 작업이 마무리 돼가는 만큼 곧 다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차단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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