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전직 간부 등 참고인 소환... ‘부실 명단 제출’ 공모 여부 조사 착수
검찰이 신천지예수교(신천지)의 교주 이만희(89) 총회장 수사에 착수했지만 수사결과를 도출하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이 총회장이 국내에만 20만명이 넘는 대규모 신도 조직을 이끌고 있긴 하지만, 부실한 명단을 제출한 행위 등과 관련된 지도부 내 공모관계나 확진자ㆍ사망자 발생까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가 이 총회장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박승대)는 최근 신천지 전직 간부였던 A씨와 B씨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참고인들은 검찰 조사에서 24개 부서로 이뤄진 총회본부, 각 지역을 대표하는 12개 지파와 지역교회로 이어지는 조직 운영 구조를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천지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를 파악한 뒤, 신천지가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나 감염예방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과정에 이 총회장과 교단 간부들이 공모한 과정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이 총회장의 혐의를 확신하는 측에서는 이 총회장과 간부들이 신도들의 자진 검사까지 ‘통제’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천지 신도들 사이에서 이 총회장의 영향력을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한다. 교인들은 정부보다 이 총회장 지시에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총회장이 실제 신도들에게 얼마나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는지, 교단 간부들이 이 총회장의 범죄 행위를 분담해 실행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단순히 교단의 교주라는 이유로 광범위한 형사 책임을 묻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이 총회장을 살인죄로 기소한 사건은 더욱 복잡하다. 우선 신도 명단이나 시설 목록 등 역학조사에 필요한 명단을 부실 제출한 행위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나 상해 혐의로 직접 연결시키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기저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병상 부족으로 제때 치료를 못 받아서 사망한 경우 등 사망 원인은 다양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소가 개입되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신천지에 귀속시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부실한 명단을 전달하거나 명단을 늑장 제출한 행위를 반드시 역학조사 방해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판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당시 병원 실무진이 보건당국에 연락처가 기재되지 않은 접촉자 명단을 제출하거나 슈퍼 전파자와 접촉한 사람 명단을 53시간 늦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서울병원 감염관리실 실무자들에게 지난해 10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들이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한데다, 고의로 명단을 늦게 제출한 게 아니라는 점이 참작됐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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