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걱정하는 20대의 심리 교묘하게 파고드는 신천지
“아픈 신자는 구원 안 된다는 믿음, 코로나 사태 악화시켜”
“신천지예수교(신천지)가 쳐놓은 덫에 빠질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2015년 잡지사에서 온 연락을 받고 인터뷰에 응했다가 신천지 신자가 됐다는 김희철(가명ㆍ27)씨. 당시 대학생이던 김씨는 “저를 짝사랑한 누군가가 보낸 사연이 당첨이 됐다고 하는데 안 반길 재주가 있나요. 그래서 홍대 근처 카페에서 기자를 만나 30분간 인터뷰했다”고 했다. 인터뷰 기자가 신천지 신자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는 김씨는 “친구가 제 연락처를 넘기는 바람에 신천지에 포섭됐다가 7개월 만에 부모님 도움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3일 종교계에 따르면, 신천지가 정확한 신자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지만 연령별로는 청년회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 폭로 단체 ‘종말론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전체 신자 중 청년(만 19세 이상 만 34세 이하) 신자는 46% 정도다. 그렇다면 신천지는 어떤 방식으로 20대 청년들을 광범위하게 포섭했을까. 신천지에 몸을 담았다 가까스로 탈출한 4명의 20대 신자들은 신천지의 독특한 전도 방식을 이유로 들었다.
우선 신천지는 청년층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고 들었다고 한다. 6년간 대구 신천지 교회에 몸담았던 서필규(가명ㆍ27)씨는 “청년들이 관심이 많은 토익 공부부터 기타 배우기, 축구 등 각종 스포츠까지 이 모든 게 전도 아이템”이라며 “취업 걱정에 힘든 20대들 마음을 사로잡는 게 전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이어 “정식 신자 등록 절차에 7개월이 필요한 시스템에서 매주 4차례 3시간씩 진행되는 교리수업 강의를 받으려면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데, 대학생을 최적의 대상으로 본 것 같다”고 증언했다.
청년들을 포섭해야 하는 신천지 내부사정도 있다. 신천지가 운영하는 국제부ㆍ문화부ㆍ찬양부 등 24개 부서는 길거리 버스킹ㆍ연극ㆍ뮤지컬 행사 등을 개최하기 위해 많은 청년들을 무보수 일꾼으로 동원하고 있다. 3년간 서울지파 국제부에서 8명의 대학생과 함께 일한 이은지(가명ㆍ26)씨는 “신천지의 가장 큰 행사인 9월 평화만국회의의 경우 1년간 준비하는데 기본적으로 외국어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학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전도 방식은 집요했다고 한다. 과천 본부에서 3년간 11명의 구역원을 관리하는 구역장으로 일했던 신주혜(가명ㆍ29)씨는 “구역원들에게는 섭외 대상자의 영혼까지 복제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걸 파악하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놨다. 내부 소통은 오프라인 모임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뤄지는데, 신씨는 “본부 지령에 따라 보안이 뛰어난 텔레그램만 사용했다”고 했다.
청년 신자들을 신천지에 묶어두는 방식은 기상천외하다. 서필규씨에 따르면 교회를 떠나려는 조짐을 보이는 신도에게는 특별히 ‘은사(恩賜ㆍ하나님이 주신 선물)’라는 기술을 사용했다. 무당의 자녀 혹은 신학대 학생인 척 접근해 ‘당신이 하나님의 빛을 저버리면 큰 화를 입게 된다’고 경고한 뒤 뒤통수를 세게 때리거나 옷에 커피를 붓는 방식이다. 서씨는 “의심이 적고 마음이 약한 청년들일수록 이런 상황을 하나님의 경고로 받아들이고 교회로 돌아오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신천지의 실체를 들려 준 4명의 청년들은 신천지의 폐쇄적인 문화가 코로나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4명 모두 ‘14만 4,000명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신천지의 교리를 주범으로 꼽았다. 서씨는 “아픈 신자는 구원 대상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믿음을 주입시키는 탓에 링거바늘을 꽂은 채 교회를 나오는 신자들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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