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부터 방진복ㆍ마스크 등 들어와… 세월호 희생자 가족도 모금 나서

“지난 주까지만 해도 후원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꼬박꼬박 챙겨 드렸는데 지금은 너무 물량이 많아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박지민 대구의료원 홍보대외협력팀장은 3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후원 물품이 홍수처럼 밀려든다며 “전 직원이 하루 종일 정리해도 모자랄 정도”라고 했다. 실제 박 팀장이 보내 온 사진에는 전국 각지에서 공수된 생필품과 방역 물품으로 가득 찬 주차장 모습이 담겨 있었다. 지난주 의료원 소속 한 간호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생필품이 부족하다는 글을 올린 뒤 주말부터 물이나 음료 등 생필품은 물론 방진복이나 마스크 등 방역용품이 트럭째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일일이 감사 인사를 드리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을 대신 전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사실상 재난 지역이 된 대구에 시민들의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진에게 필요한 물품을 직접 구입해 기부하는 후원부터 차비나 밥값을 아껴 모은 푼돈이라며 성금을 보내오는 대학생들까지 코로나 종식을 기원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박 팀장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전담병원인 대구의료원 의료진은 몰려드는 환자를 치료하느라 일주일 이상 퇴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생필품이 부족해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소식이 SNS에 전해진 건 지난주 초. 그러자 필요한 물품을 직접 쿠팡이나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한 뒤 배송지를 ‘대구의료원’으로 지정한 후원이 몰리고 있다. SNS에 이런 방식으로 후원했다는 인증 글이 번지자 후원이 급증하는 선순환까지 일어나고 있다.
대학생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 학생 8명은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8일까지 온라인상에서 '고려×연세 COVID-19 모금 운동'을 하고 있다. 나흘 만에 260여명이 참여해 640만원이 모였다. 최저 기부액을 3,000원으로 제한하고 있는 모금 운동에 ‘통장에 있는 전부’라며 3,765원을 보내온 학생도 동참했다고 한다.
모금을 주도한 학생들은 내부 논의를 거쳐 대구의료원 등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곳을 선정해 모금액을 전달할 예정이다. 모금 운동을 이끌고 있는 고려대 물리학과 왕채은(19)씨는 "고려대와 연세대가 연합해서 기부한다는 소식이 알려진다면 국채보상운동처럼 전국적으로 불길이 번지지 않을까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왕씨에 따르면 '국가적 위기에 누구나 손을 보태야 한다'며 50만원을 쾌척한 졸업생도 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도 대구 지역에 사는 취약 계층과 의료진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기로 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는 2일부터 시민후원계좌를 열고 모금을 시작했다. 가족협의회, 세월호 사고 희생 가족이 모은 후원금과 함께 시민후원계좌를 통해 들어온 금액을 더해 장애인ㆍ저소득층ㆍ이주민 등 감염취약계층에는 생필품을, 의료진에게는 필요 물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에서 대구 시민들이 많이 도와줬는데, 그 동안 받았던 도움과 사랑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족들이 나서게 됐다"고 모금 배경을 설명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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