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암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구리(Cu)-67’이 처음 국내 기술로 생산됐다. 수요의 상당량을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자체 공급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전북 정읍 첨단방사선연구소에 있는 입자가속기(사이클로트론)를 활용해 구리-67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고, 올 하반기부터 의료기관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구리는 산업계에서 쓰는 안정한 상태(Cu-63, Cu-65) 이외에 방사선을 내는 방사성동위원소 20여가지가 존재한다. 그 중 구리-67은 질병 진단에 쓰이는 감마선과 치료에 쓰이는 베타선을 모두 방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감마선과 베타선은 모두 방사선의 일종이다.
특히 구리-67이 방출하는 베타선은 에너지가 작아 세포 조직 안에 머무르며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 기존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보다 반감기가 짧아(약 2.5일) 체내 피폭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의학계에선 구리-67을 ‘테라노스틱스’(병의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개념)를 가능케 할 차세대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로 주목해왔다. 그러나 생산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원자력연은 자체 개발한 장치를 이용해 구리-67을 연구기관 3곳에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생산 기술을 확보했다. 현재 서울대병원과 전남대병원, 경북대 등 10여개 의료·연구기관이 사용 의사를 밝혀왔다고 원자력연 측은 전했다.
이 밖에도 원자력연은 사이클로트론과 대전 본원에 있는 연구용원자로 하나로를 이용해 다양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와 방사성의약품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이클로트론은 면역진단용 지르코늄-89와 종양진단용 스칸듐-44를, 하나로는 몰리브덴-99와 요오드-131, 이리듐-192, 홀뮴-166을 생산해왔다. 특히 갑상선암 치료에 쓰이는 요오드-131은 하나로가 국내 수요의 70%를 담당해왔다.
이경한(삼성서울병원 핵의학과 교수) 대한핵의학회장은 “순수 국내 기술로 구리-67 생산과 공급에 성공한 것은 테라노스틱스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명환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향후 구리-67 생산 능력을 강화해 아시아권으로 수출하겠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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