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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레터] 흥선대원군도 막지 못한 미사를 멈추게 한 코로나19

입력
2020.03.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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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시험대 선 종교계… 불교ㆍ천주교는 사상 처음 행사 중단 

 개신교 일부는 중단… 지난 주말 예배 참석자 중 확진자 발생 비판 쏟아져 

 전문가 “코로나 감염 특성 상 얼굴 사이 거리 가까운 종교 모임 자제해야”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 예배당 출입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대책으로 평일 교회시설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승엽 기자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 예배당 출입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대책으로 평일 교회시설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승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이 바꾼 일상생활. 잘 적응하고 계신가요?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고, 재택근무도 늘어나 출근길도 한산하다지요. 정부가 지난달 22일 감염병 위기 경보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는데요. 코로나19 불똥은 튄 곳은 또 있다고요?

바로 종교계입니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요즘 종교계는 자체적으로, 또는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종교 모임을 모두 중단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확산세와 종교 행사는 대체 무슨 연관이 있길래 기도도 맘대로 못하게 된 걸까요?

 ◇코로나19 때문에 기도도 못하게 한다고? 

지난달 23일 대구시 중구 계산동 계산성당 앞에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성당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고자 미사 및 모든 관련 모임을 취소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대구시 중구 계산동 계산성당 앞에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성당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고자 미사 및 모든 관련 모임을 취소했다. 연합뉴스

기도를 못 하게 한 건 아닙니다. 교회나 성당, 절에 모이는 대신 집에서 혼자서 하기를 권고하는 겁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권고 방침에 따라 주요 개신교 대형교회는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했고요. 교인들은 집에서 유튜브 등을 통해 기도한다고 해요. (☞ 정부 긴급 호소문 발표 “실내외 종교집회 자제해달라”)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달 26일 16개 교구 전부가 미사를 중단했는데요. 236년 전 이 땅에 천주교회가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역사상 처음입니다. 천주교 미사는 조선 말기 천주교 박해 때나 6ㆍ25 전쟁, 사스나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 때도 중단된 적이 없었다고 해요. 말 그대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미사를 중단하는 결단을 내렸다는데요. 이를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천주교를 박해한 흥선대원군도 실패한 미사 중단을 코로나19가 해냈다”는 우스갯말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불교도 법회를 중단했습니다. 진원스님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불교는 모든 법회를 1,600년 만에 중지했다”고 밝혔어요. 대한불교 조계종은 사찰 법회를 전면 중단했고요. 관음사, 해성사, 구암굴사 등 일부 사찰은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아예 산문 폐쇄까지 감행했습니다.

 ◇일부 개신교는 예배 강행했다가 비판 받았다며?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 예배 중계를 위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날 당회 및 주요 관계자들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회의를 열고 국민과 성도의 안전을 위해 삼일절인 3월 1일과 8일에 있을 주일(일요) 예배 등 모든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 예배 중계를 위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날 당회 및 주요 관계자들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회의를 열고 국민과 성도의 안전을 위해 삼일절인 3월 1일과 8일에 있을 주일(일요) 예배 등 모든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달 27일 주일 종교 행사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거세지자 온라인 예배로 뒤늦게 전환했어요. 하지만 서울 구로구, 강남구, 종로구 등에 있는 일부 교회는 예배를 강행했지요.

우려로만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실제로 문 연 교회에 방문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결국 발생했습니다. 광주 양림교회 교인이었던 A(48)씨와 그의 아들 B(21)씨는 지난 1일에도 교회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았는데요. 두 사람은 예배가 끝난 뒤 집에 머물다가 이상 증세를 느끼고 전남대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아갔다고 해요. 하지만 이미 양림교회에서 10여명과 밀접 접촉을 하고 수 십 명의 교인들과 함께 예배를 본 뒤여서 추가 감염 우려가 커진 상황입니다. (☞ 광주 모자 확진자 다녀간 양림교회ㆍ광주우체국 폐쇄)

가급적 하지 마시라는 종교 모임, 강행하는 이유가 있다고요? “위기일수록 더 모여서 기도해야 한다”는 걸까요? 서울 영락교회는 앞서 공식 입장을 통해 “예배 중단은 교회의 첫째 본질을 회피하는 것으로 하나님 앞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더욱이 한 번 중단된 예배를 다시 재개하기 힘들고 예배 중단이 길어지면 교회 공동체가 와해하거나 회복이 힘들 정도로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의 뜻을 밝혔습니다.

 ◇종교 행사와 코로나19확산은 무슨 상관? 

신천지 교회 예배 모습. 독자 제공
신천지 교회 예배 모습. 독자 제공

전문가는 “꼭 종교 행사만을 중단하라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합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가 감염병 유행에 취약하다는 거죠. 교실에서 수업하기, 사무실에서 일하기, 각종 토론회 참석이나 야외에서 열리는 집회도 비슷하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종교 행사는 제한된 공간에 모여 입을 열고 기도문을 외우거나 노래를 부르는 일도 있다 보니 비말(침방울)을 매개로 퍼지는 코로나19에 노출되기 쉽다는 거죠. 3일 기준 확진자가 2,756명 발생한 신천지대구교회도 다닥다닥 붙어 앉아 기도하는 방식으로 예배를 드린 것이 감염 확산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지요. (☞ 오밀조밀 모여 앉아 1시간 이상 독특한 예배방식)

시혜진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말 감염이라는 코로나19 특성상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 접촉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행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침방울은 크기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1~2m는 갈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시 교수는 “마스크나 손 위생을 아무리 철저히 해도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점막을 만져도 감염이 될 수 있고 특히 고령이나 기저질환자에게는 더욱 위험할 수 있어서 제한을 부탁 드리는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시 교수는 특히 “종교 행사를 핍박하는 게 아니라 모든 모임에서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는데요. 나아가 내가 아프고 안 아프고를 떠나서 다른 사람을 아프지 않게 하려는 배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종교 행사 강행해도 제재 없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거듭 강조하듯, 종교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입니다. 그 때문에 정부는 권고에 그칠 수밖에 없는데요.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지난달 29일 “종교 활동을 집회처럼 금지할 수 없다”며 “각 종교단체 대표들을 만나 최대한 설득하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 “주일 예배 강행”… 대형교회의 코로나 역행)

여론은 “종교계가 적극적으로 협조하라”는 분위기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종교 모임 금지해달라’, ‘코로나19 사태에도 종교 행사를 강행하는 교회를 세무조사하라’는 등의 청원까지 등장했는데요. 청원자는 “종교의 자유는 생명권에 선행하지 않는다”며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하는 종교 및 집회를 제한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1700년대 중세 유럽, 페스트와 각종 전염병 유행하던 때 시민들은 각종 감염병, 전염병을 물리치기 위해 촛불을 들고 한자리에 모여 기도하던 관습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 기도회는 역설적으로 병을 확산시키는 부작용이 있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특히 사람 간 접촉으로 감염이 된다고 알려진 코로나19의 경우 접촉할 기회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인데요. 모두가 조금씩 배려하고 희생할수록 코로나19 사태도 조금 더 빨리 끝날 겁니다. 이러한 배려와 희생정신도 종교가 사람들에게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일 테고요.

☞ 여기서 잠깐: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

원하는 종교를 원하는 방법으로 믿을 자유를 종교의 자유라고 합니다.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자유권 발달사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세계사를 볼 때 최초로 규정된 건 1647년과 1649년을 걸친 영국의 국민협정에서였고요. 우리나라는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어요.

자세히 보면 헌법 제2장 제1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고요. 또 제20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하고 있지요. 여기서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다는 정교분리 원칙은 특정 종교를 보호하거나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에요.

자유가 언제나 보장되면 좋겠지만, 불가피한 상황도 있습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때에만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는데요(헌법 제37조 2항).

또 모든 행위가 종교의 자유로 포장돼선 안 되겠지요. 종교를 핑계로 국민의 기본 의무를 저버리는 회피 행위 혹은 미신적 치료 행위는 종교의 자유로 해석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는 건 아니랍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이 적용될 때 종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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