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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유통업체에 ‘300원 마스크’ 350만개 몰아줘… 4500원에 팔아 ‘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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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유통업체에 ‘300원 마스크’ 350만개 몰아줘… 4500원에 팔아 ‘폭리’

입력
2020.03.03 12:00
수정
2020.03.03 20: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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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사재기’ 세무조사 착수… 품절표시 후 음성적 현금거래도

국세청 조사관들이 마스크 유통업체의 물류창고를 조사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 조사관들이 마스크 유통업체의 물류창고를 조사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마스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자 A씨에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들에게 부를 대물림 할 절호의 기회가 됐다. A씨는 마스크 가격이 급등하자 기존 거래처와의 공급을 모두 끊고 마스크 350만개를 아들이 운영하는 유통업체에 몰아줬다. 아들에게 넘긴 마스크는 개당 300원씩 총 10억500만원 어치. 기존 거래처에 납품하던 가격(1개당 750원, 총 26억2,500만원)을 고려하면 16억2,000만원이나 손해 보는 장사였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마스크를 넘겨받을 때마다 자신의 업체 홈페이지에 상품을 등록하거나 지역 맘카페에서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마스크를 팔았다. 판매 가격은 개당 3,500~4,500원씩으로 공급가의 12~15배에 달하는 수익을 남겼다. 판매 대금은 자신의 통장이 아닌 자녀, 배우자 명의의 차명계좌에 분산해 받는 치밀함도 보였다. 최근 국세청은 A씨의 아들이 마스크 현금 판매로 폭리를 챙기면서도 근거자료조차 남기지 않은 점에서 세금 탈루 혐의가 있다고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발생한 국내 마스크 품귀 현상을 이용해 폭리를 취한 마스크 제조사와 판매업체가 대거 적발됐다. 이들은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마스크 게시물을 올린 뒤 주문이 들어오면 ‘품절’ 처리를 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했고, 탈세를 위해 판매 자료가 남지 않은 현금거래를 주로 했다. 일부 회사들은 A씨처럼 마스크를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국세청은 매점ㆍ매석,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 마스크 온라인 판매상, 2ㆍ3차 유통업체 52개를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에 나선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은 식품의약처 등 정부 합동 단속결과 확인된 자료와 국세청이 진행중인 자체 현장점검에서 적발한 업체로 △수출 브로커 조직 3개 △온라인 판매상 15개 △2ㆍ3차 도매상 34개 등이다.

국세청이 현장점검을 진행한 마스크 업체의 물류창고에서 지게차가 마스크를 옮기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현장점검을 진행한 마스크 업체의 물류창고에서 지게차가 마스크를 옮기고 있다. 국세청 제공

이번 조사 대상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스크 판매 글을 올린 뒤 마스크를 주문한 소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주문 취소 공지를 하거나, 판매 글에 허위로 ‘일시 품절’ 표시를 해 둔 채 음성적으로 마스크를 판매한 유통업자가 대거 포함됐다.

물티슈 등 생활용품을 주로 취급하지만 마스크는 거의 판매하지 않았던 온라인 유통업체 B사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마스크 50만개를 개당 700원에 사들인 뒤 오픈마켓에 상품을 올렸다. 그러나 소비자가 주문을 접수하면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하고, 이후에는 상품 판매 페이지에 ‘일시 품절’ 표시를 해 뒀다. 거래 내역이 그대로 드러나는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소비자들은 상품 판매 페이지에 마련된 제품 관련 질문 게시판에 마스크 판매 여부를 문의했고, B사는 문의를 남긴 소비자들에게 개별 연락해 마스크를 현금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알렸다. B사는 마스크를 매입가의 5~7배 수준인 3,800~4,600원에 판매하면서 거래 관련 자료를 남기지 않았다.

의류 온라인 마켓을 운영하는 유명 인플루언서 C씨도 B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무자료 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다. C씨는 자신의 마켓에 ‘급히 물량을 확보했다’며 마스크 한정판매 게시물을 올린 직후 즉시 품절 처리했고, 이후 문의 댓글을 남긴 소비자들에게는 친척 명의의 차명계좌를 알려주면서 현금거래를 유도했다.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들인 뒤 자신의 물류창고에서 해외 보따리상에게 바로 넘긴 사례도 적발됐다. 건축자재 유통을 하고, 마스크를 전혀 취급하지 않았던 D사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마스크 300만개를 개당 700원씩에 사들인 뒤 대부분을 다 팔았다. B사는 물류창고에 판매창구를 열고 해외 보따리상이나 소규모 업체들에게 마스크 1개당 3,500~4,000원에 현금 거래 조건으로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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