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대 회사 200억으로 뻥튀기… 엔터테인먼트 사업 내세워 현혹
전국적 다단계 네트워크로 수당도… 주식 투자 사기범들 법정에
경제적 가치가 없는 법인을 인수해 재무제표를 위조한 뒤 소위 깡통 주식을 팔아 155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쳐 놓은 다단계의 덫에 불과 19일 만에 피해자 3,600여 명이 걸려들었다.
서울북부지검 조세범죄형사부(부장 한태화)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기 및 유사수신 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모 회사 대표 A(51)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이 회사 이사 B(46)씨, A씨 동생(42) 등 4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해 3월 초기 출자금도 건지지 못한 영농조합법인을 1억5,000만원에 사들인 뒤 서류상 실적을 부풀려 피해자들을 속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인수한 법인을 주식회사로 다시 등기한 뒤 재무제표를 위조해 순자산으로 자본금 200억원을 보유한 것처럼 꾸몄다. 처음에 주식회사로 설립 등기할 때와는 달리 회사의 성질을 바꾸는 ‘조직변경’에 의한 등기 시엔 자본금 실재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A씨 일당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내세우며 주식을 사면 원금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향후 상장회사 인수합병으로 주가를 올려 3~10배까지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도 했다.
여기에 전국적으로 갖춰 놓은 다단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19일 만에 투자자 3,664명을 끌어 모았다. 새 투자자를 데려 오면 추천수당을 주거나 투자자 관리 명목으로 직급수당을 주는 방식을 사용했다.
조사 결과 A씨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받아 챙긴 돈은 155억원에 달했다. 피해자 1명당 투자 금액은 100만원에서 최대 4억원이나 됐다.
A씨는 동생의 도움을 받아 빌린 집에 56억원 상당의 금괴와 현금 18억원을 보관하는 등 범죄 수익금을 치밀하게 숨겼다. 45억원은 차명 계좌에 이체했고, 18억원은 여러 지인들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썼다.
검찰은 올해 1월 A씨의 다른 다단계 사기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이번 범행의 단서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15일엔 이사 B씨와 동생을 구속하고 이들이 은닉한 137억원 상당의 재산을 압수하거나 추징보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유사수신행위나 다단계 사기범행 피해를 회복할 수단이 마련됐다”며 “신속하게 피해가 회복될 수 있도록 피해자들에게 피해재산 반환 청구 절차를 안내했다”고 밝혔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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