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중구 한 커피전문점.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손님들은 대부분 머그컵이나 플라스틱 투명컵을 이용하고 있었다. 기자가 음료를 주문하자 점원은 매장 이용 여부만 확인하고 머그컵과 종이컵 이용 여부를 묻지 않았다. 혹시 종이컵에 줄 수 있냐고 확인했더니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난달 24일부터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기본적으로 매장 내에서는 원래대로 머그컵과 플라스틱컵을 제공하고,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 일회용컵을 제공하고 있다”며 “시음행사 등은 중단했지만 텀블러 음료나 매장 내 시럽, 우유 제공 서비스는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주된 감염 경로가 비말(침방울)임이 알려지면서 커피전문점 내 머그컵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우려가 커졌다. 이를 반영해 환경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일회용품을 한시적 허용했고, 서울시를 비롯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자체장의 판단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주요 커피전문점들은 매장 내 음료 이용 시에도 고객이 요청할 경우 일회용컵을 제공하고 시음행사 등도 중단했다. 다만 텀블러 이용이나 매장 내 우유, 파우더 등의 추가 서비스는 여전히 가능하도록 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문화가 확산된 가운데 이에 역행하는 조치라거나 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불안감을 낮출 수 있다는 목소리도 팽팽한 상황이다.
반면 스타벅스커피재팬은 2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매장 내에서 머그컵 이용을 중단하고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컵으로 대체하고 텀블러 음료 제공 서비스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보통 한일 모두 이용자가 텀블러를 가져오면 직원들이 텀블러를 간단히 세척한 후 음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혹시 있을지 모를 직원들의 감염을 확실하게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 우유, 파우더 등 추가 이용 서비스도 중단키로 했다. 일본 커피전문브랜드 칼디도 코로나19에 따라 고객들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15일까지 전 점포에서 매장 내 음료 제공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일 커피전문점들의 코로나19 대응방침이 다른 것은 일회용품과 텀블러 사용 비율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은 매장 내 일회용컵 자제, 텀블러 이용 문화가 확산되어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기준 2018년 5월 수립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커피 전문점 매장 안에서 일회용컵 사용률이 75%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일본은 매장 내에서도 아직 일회용컵 사용이 활발한 상태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한국은 일본과 달리 지난 1년 6개월간 매장 내 일회용품 이용이 줄고,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텀블러 이용 고객이 많다”며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텀블러 서비스를 중단할 경우 고객들의 불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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