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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S식품 논란, 빨리 진위 가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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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S식품 논란, 빨리 진위 가려라

입력
2020.03.05 18:13
수정
2020.03.0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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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을 이어온 한 유명 향토 장류업체가 존망의 기로에 몰렸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폭풍사태로 시민들의 관심조차 멀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제보에서 시작됐다. 위생적이지 않은 작업 환경에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재활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주장은 사뭇 자극적이었지만, 근거라고는 간장을 버리는 오래된 흐릿한 동영상과 몇몇 증언이 전부였다. 지역이 발칵 뒤집어졌다. 60년동안 이 제품을 사랑해온 시민들의 충격이 특히 컸다. 오랫동안 거래해왔던 대형마트 등이 하루아침에 납품을 중단시켰다.

관계 기관들도 즉각 나섰다. 제보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1월23일 식약처 조사관과 구청 직원 5명이 들이닥쳐 장장 9시간 동안 공장내부를 샅샅이 뒤지며 정밀 조사를 벌였다. 그런데 아무런 물증을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제보자가 공개한 동영상 등에 담긴 내용은 현 시점에서는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

회사측은 제보 내용을 강하게 반박했다. 폐기물 업체와의 거래 장부를 공개하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활용된 이물질에 대해서는 소금과 함께 국 제조 과정에서 접종하는 누룩곰팡이가 숙성과정에서 발현된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반품 재사용 논란에 대해서도 반품률이 총 매출의 0.25%에 불과한데 400억 매출을 올리는 회사에서 그 돈 아끼자고 위험을 감수했을 리 없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애벌레발생 주장에 대해서도 일반 업체보다 경비가 무려 5배나 비싼 국내 유명 S해충방제업체에 환경위생을 맡기고 있는 사실로 반박했다. 불온한 세력이나 악성소비자가 벌인 소행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회사 측의 이 같은 결백 주장과 관계당국의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제보내용에 충격을 받은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제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기정사실화했다. 식약처 검사 결과에 따라 제품납품을 다시 받겠다던 대형유통업체들도 태도를 바꿔 관망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의 상품진열대에서 빠진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의 매대 점유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치열하다.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번 탈락하면 최소 1년내 재진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병원, 학교 등 대형업체들과의 납품계약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강하게 반박하는 것도, 수백명에 달하는 직원 및 가족들이 하루 하루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현재 S식품 노사는 근무 조건 등과 관련된 협상을 타결했으며, 25명 노조 전원이 회사를 위해 탄원서를 써서 경찰에 제출했다. 관계 거대 노총에서도 전후 상황을 듣고 탄원서를 쓸 계획이라고 알려왔다.

문제는 관계 기관의 태도다. 달서구청과 식약청은 아무런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음에도 공식 입장 표명을 주저하고 있다. 특히 여론만 살피는 듯한 경찰이 문제다.

사건의 본질상 신속한 조사와 결론이 요구됨에도 불구, 지지부진한 진술 조사에 이어 장장 8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통해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하고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느직한 수사를 비판하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러는 사이사이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쳤다.

수사가 이처럼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늘어지면 결과에 상관없이 60년 전통의 향토기업 하나는 사라질 것이다.

한쪽 편을 들자는 것이 아니다. 덮어놓고 향토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아니다. 지역 소비자의 신뢰와 사랑으로 성장한 만큼 잘못이 있다면 오히려 더 혹독한 처벌이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당국의 잇따른 조사에도 아무런 혐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신빙성이 떨어지는 제보자의 진술만으로 시간을 끌다가 자칫 ‘쓰레기 만두’ 파동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날까 두려워서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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