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가장 심각한 국가로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이란, 일본 등을 꼽았다. 하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경계하는 기조는 유지했다. 중국 내 확산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코로나19 사태는 충분히 억제 가능한 상황으로 진단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중국보다 중국 외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9배 더 많았다”며 “한국과 이탈리아, 이란, 일본이 우리의 가장 큰 걱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상황과 관련해 그는 “한국은 500건이 넘는 신규 확진 사례를 보고해 누적 확진자가 4,200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중국 외 지역에서 발생한 전체 확진 사례의 절반이 넘는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지역 사회 전파 수준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는 “한국 확진 사례는 지역 사회보다는 이미 알려진 ‘5개 집단’의 의심 사례와 연관돼 있다”며 “이는 감시 조처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한국에서 전염병은 여전히 억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가 중국 외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하고는 있지만 진원지인 중국에서의 신규 발병 건수가 줄고 있다는 점에 WHO는 주목하고 있다. 그는 “어제 중국은 206건의 신규 확진 사례를 보고했는데 이는 1월 22일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라며 “코로나19가 발생한 후베이성 이외 확진자 수는 8명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사례에서도 코로나19가 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걸 강조한 것이다.
이날 WHO 측 입장은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가 3,000명을 넘어서면서 팬데믹으로 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사무총장은 “만일 증거들이 뒷받침된다면 코로나19를 팬데믹이라고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확산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확진 사례 8만8,913건 중 90%는 중국에서 발생했고 이도 대부분 한 지방(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아직 130여개국에서는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았으며 이는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 발병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기회의 창’은 중국 방역책이다. 그는 중국의 강력한 조처가 질병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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