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살인ㆍ상해 고의성 및 인과관계 입증 어렵다”
형량 약한 감염병 예방관리법…개인 비위 처벌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신흥종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진원으로 지목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고소ㆍ고발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등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한 이들에 대해 살인 책임을 묻기까지 하면서 과연 법적 처벌이 가능할지 향후 방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시, 이만희 ‘살인ㆍ상해’ 고발 “신도 명단 누락ㆍ허위기재”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살인ㆍ상해죄’를 포함한 서울시의 고발 건이에요.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신천지 지도부인 이 총회장과 12개 지파장들을 살인, 상해죄, 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는데요. 이 사건은 2일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사건대응팀’인 형사2부(부장 이창수)에 배당돼 기록 검토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서울시 측은 신천지 관련 확진자 비율이 전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인데다 신천지대구교회와 이 총회장의 친형 장례식이 있었던 청도 대남병원에서 다수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것 등을 들어 “신천지 지도부는 자진해 검진을 받고 다른 신도들도 검진 및 역학조사에 협조하도록 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럼에도 피고발인들은 검진을 거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도들이 신종 코로나 전파방지를 위해 방역당국에 적극 협조하도록 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신천지에서 정부 및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한 신도 명단 등의 누락, 허위기재 등이 알려져 방역당국의 업무를 방해한 의혹마저 제기된다”고 고발 취지를 밝혔죠.
◇법조계 “살인? 고의성ㆍ인과관계 입증 어려워”
밀행성이 강한 신천지의 특성으로 인해 신도수와 명단 등을 숨기는 등 감염병 확산을 방치하면서 확진자들에 대해 형법상 살인 및 상해를 저질렀다는 취지로 해석되는데요. 법조계에서는 살인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고의성이 성립돼야 하고, 미필적 고의의 경우에도 인과관계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목적성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않도록 지시한 정도로는 이 같은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거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차장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동인의 김종민 변호사는 “살인과 상해는 고의범만 처벌할 수 있다”며 “일부러 확진자를 퍼트려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담긴 내부 문건 등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고, 미필적 고의보다는 인식 있는 과실에 해당할 것이므로 처벌할 수 없을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법무법인 이경의 최진녕 변호사 역시 “살인의 고의는 어불성설이고 정치적 고발로 추정된다”며 “지금 상황에서 구성요건적으로 살인이나 상해죄 고의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운 데다, 신도 관련 자료를 주지 않은 것 정도로는 감염으로 인한 사망에 대한 상당인과관계 범위를 뛰어넘을 테니 인정되지 않을 것이고 강제수사 소명조차도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죠.
신천지 측에서는 서울시의 고발 직후 “고발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를 고발하기 전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냈어요. 이 총회장은 2일 오후 3시 경기 가평 평화연수원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도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많은 감염자가 나왔고 막지 못 했다”고 밝히며 피해자로서의 측면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 소지…다만 처벌규정 미미
지난달 27일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 측이 이 총회장에 대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현재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박승대)에서 담당하고 있는데요. 허위자료 제출에 따른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감염병 예방관리법 제18조의 3항은 ‘누구든지 질병관리본부장,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실시하는 역학조사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ㆍ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ㆍ은폐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 조항과 관련해서는 처벌 소지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최 변호사는 “고의적으로 명부를 누락했다거나 허위사실을 전하는 등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은 경우 해당 법 위반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유추해석을 할 수 없도록 돼있어 ‘위계’가 되려면 제출할 자료의 누락 정도로는 부족하고 가짜 명부를 주는 경우 등엔 가능할 것”이라 말했어요.
법무부에서도 지난달 26일 각급 검찰청에 이 조항을 들어 ‘즉각 강제수사 및 구속수사 등 엄정 대처’를 요구한 바 있는데요. 또한 2일 CBS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신천지 신도 명단을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 여부에 대한 국민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응답자 501명 중 ‘찬성한다’는 응답이 ‘86.2%’로 집계되기도 했죠.
다만 김 변호사는 “조사 결과에 따라 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에는 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처벌 규정이 매우 약하다”고 덧붙였어요. 실제로 감염병 예방관리법 제18조 3항을 위반했을 시 벌칙 제79조의 1호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죠.
◇“새누리당 당명 내가” 명예훼손 혐의도…횡령ㆍ배임 새 정황 나올까
이와 함께 미래통합당은 지난달 28일 이 총회장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는데요. 이 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용)가 담당하고 있어요. 이는 일부 신천지 출신 인사들이 언론 인터뷰 등에서 “새누리당 당명이 확정된 직후 이 총회장이 강단에서 ‘새누리당 당명은 내가 지었다’고 설교했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한 고발입니다.
통합당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새누리당 이름은 2012년 1월 국민공모를 거쳐 당내외 인사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됐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최 변호사는 “이 총회장이 내부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정치권에 전했을 수는 있지만, 새누리당이 당명 국민공모를 했던 기록이 있어 이 총회장 본인이 지었다고 말했다면 과장이 될 것이고 이 같은 발언을 설교에서 한 사실이 있는지 파악해봐야 할 것”이라고 봤어요.
신종 코로나 관련 혐의보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전피연이 고발한 교회 재산 관련 횡령ㆍ배임 등 개인비위에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최 변호사는 “실질적인 처벌 가능성이 높은 것은 횡령ㆍ배임 혐의”라며 “과거 한 장로가 ‘믿음의 크기는 헌금의 크기에 달려있다’는 발언으로 사기죄로 유죄 확정을 받은 사례가 있는데, 이 총회장이 ‘재림예수의 영이 본인에게 임했다’는 취지로 헌금을 강요했거나 법인 자금을 유용했다면 오히려 이 같은 개인비위 사건이 처벌될 여지가 크다”고도 했어요.
다만 이미 2018년 전피연은 이 총회장과 한 때 신천지의 2인자로 알려진 김남희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는데요. 당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수사 과정에서 이 총회장 계좌와 신천지 회계장부를 확보해 검토한 결과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해 불기소 의견으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요. 이미 한 차례 유사한 혐의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상황인 만큼 새로운 증거 및 정황이 드러날 지가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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