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약사, 기존 약국 의약품 프로그램 이용 “중복 구매 막자” 제안
심평원 “마스크는 의약품 코드 없어 당장 적용 어렵다”
연일 마스크 대란이 이어지면서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 약국 등 공적 판매처에서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해 판매하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구매 수량을 제한할 수 있도록 ‘마스크 실명제’까지 등장했다.
최근 마스크 구매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건강보험카드를 이용해 실명으로 마스크를 구매하도록 한 대만의 마스크 판매 방식이 관심을 받고 있다. 대만은 마스크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자 지난달 6일부터 마스크 판매처를 약국으로 일원화하고, 건강보험 시스템을 이용해 ‘마스크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집적회로(IC)칩이 내재된 건강보험카드를 제시한 환자 1인에 한해 일주일에 2장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국내에서도 주민센터에서 마스크를 세대 인원에 맞게 지급해야 한다거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Drug Utilization Review)를 이용해 중복 구매를 막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DUR은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의사와 약사에게 의약품의 안전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말한다. 환자가 여러 의사에게 진료 받을 경우 의약품의 중복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을 경북 문경에서 약국을 하고 있는 약사라고 소개한 한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적마스크’ 판매에 DUR을 이용하자는 제안 글을 올렸다. 이 청원인은 “일부에서는 주민센터에서 배부하자고 하지만, 동사무소 인력이 매일 소모되는 소비재를 분배하기란 쉽지 않다”며 “또 알음알음 아는 사람 위주로 먼저 배분되거나 낮에 없는 사람들은 분배 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DUR은 원래 한 약국에서 특정 약을 조제 받으면 다른 약국에서 이를 확인 할 수 있어 중복 투약을 방지하는 게 목적”이라며 “이것을 마스크에 접목해서 공적마스크에 대해 한 약국에서 특정 주민등록번호로 일주일에 구매하는 개수를 등록하면 다른 약국에서는 더 이상 사재기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약국은 어디에나 분포해 특정 지역에 몰릴 필요도 없고, 국가에서는 어느 약국에서 얼마나 판매됐는지 또 공급된 물량을 사적으로 빼돌린 게 없는지 충분히 통제 가능할 것”이라며 “일단 수급이 시급한 대구ㆍ경북 만이라도 시범적으로 이렇게 시도해보는 게 어떨까 한다”고 강조했다.
1일에 처음 올라온 이 청원은 사전 동의 요건 100명을 훌쩍 뛰어넘은 3만여명을 기록해 2일 대중에 공개됐다. 공개 당일인 2일 오후 5시 기준 4만4,000여명이 동의했다.
해당 청원이 올라온 이후 소비자들은 “이거 좋다. 나이든 어르신들은 진짜 더 구하기 힘드실 텐데”(라****), “마스크 몇 개 사겠다고 수백명씩 줄 서는 걸 보면 혹시 감염이라도 될까 겁난다. 이 방법 좋다”(썰****), “좋은 방법인데 이런 방법을 제안한 공무원은 없는 걸까”(수****)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로써 DUR을 이용한 ‘마스크 실명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DUR은 의약품에 부여된 의약품코드를 통해 중복 투약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마스크에는 이와 같은 의약품코드가 없기 때문에 적용이 어렵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마스크를 어느 회사에서 만들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고, 의약품은 코드가 있어서 어떤 약이 처방됐는지 통제가 가능한데, 마스크는 약국 간 내용 공유가 어렵다”며 “DUR로는 마스크 실명제가 어렵고, 다른 방법을 (정부에서) 고민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이날 “현재로써 특정 방안이 아직 마련된 건 없다”면서도 “정부에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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