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연수원서 기자회견… 코로나 구체적 의혹들엔 모르쇠 일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자19)의 확산 근원지로 꼽혔던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이만희(89) 총회장이 국민에게 사죄했다. 하지만 종교에 대한 질문은 아예 막아버리고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총회장은 2일 경기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1번 코로나 사건(31번째 확진자가 코로나19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한 일)과 관련해 신천지 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고의는 아니지만 (신천지 신도들 사이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며 “최선을 다했지만 막지 못했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한다”고 했다. 이 총회장은 ‘사죄’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고, 중간에 큰 절도 두 번 했다. 회견 내내 말투는 어눌했고, 간혹 울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잘못은 우리도 알고 있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신천지를 둘러싼 구체적 논란은 모두 부인했다. 예배, 선교상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종교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는다”며 신천지 측이 원천 차단했다.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에 비협조적이란 지적에 이 총회장은 “교회 지도자는 부모와 같고 성도는 자녀와 같은데 어떤 부모가 그냥 보겠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코로나19가 크나큰 재앙이기에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 따질 때가 아니다. 최선을 다하면 하늘도 돌봐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회장은 자신이 가평 HJ매그놀리아국제병원에서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검사를 받으라고 연락이 와서 받았다. 난 잘 모른다”고만 했다. 이 총회장 발언 뒤 이어진 신천지 간부진들의 보충 설명도 ‘오해다’ ‘행정력 부족이다’는 수준에 그쳤다. 이 때문에 ‘해명성 기자회견을 왜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편, 이 총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이름이 새겨진 시계를 차고 나왔다. 이에 대해 유영하 변호사는 “박근혜 시계는 금장 없이 은색만 있고 날짜 판이 없다”며 “이 총회장의 시계는 가짜”라고 말했다.
가평=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가평=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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