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과 홍보를 맡은 직장인 박진희(가명·34)씨는 요즘 점심 약속 자리에 나가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업무 특성상 외부에서 점심 약속이 많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메뉴 선택도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는 “아무래도 코로나19를 감안하다 보니, 웬만하면 반찬을 같이 먹는 한식은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먹고 보고 즐기는 생활 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하는 점심식사 자리에선 메뉴 고르기부터 숙제로 주어진다. 사람들이 몰리는 영화관에서도 좌석 선택을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줄어든 외출은 운동이나 힐링 제품 위주의 ‘방구석 경제 활동’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위생과 직결된 외식 트렌드에서부터 감지되고 있다. 직장인 이가영(29)씨는 “식사 자리에서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함께 사용해 먹는 음식을 피하다 보니 최근엔 사흘 연속으로 점심에 햄버거만 먹었다”며 “요새는 식사하면서 서로 얘기하는 것도 자제하는 편이어서 빨리 먹고 사무실로 들어오는 게 에티켓으로 자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사람이 음식을 골라 담는 뷔페는 기피 메뉴 1호다. 친정아버지 생신을 위해 호텔 뷔페를 예약했다가 취소했다는 주부 손혜선(40)씨는 “레스토랑이나 뷔페 등 음식점에선 대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진열된 음식도 불안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국내 호텔의 뷔페 레스토랑은 일시 영업 중단에 들어간 곳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뷔페 타볼로24는 주중 영업은 중단하고 주말에만 운영하기로 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도 테라스∙올 데이 다이닝 & 인터내셔널 뷔페 레스토랑의 운영을 임시 중단하고, 단품 메뉴를 제공하기로 했다. 포시즌스 호텔도 뷔페 더 마켓 키친을 제한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뷔페 이용을 꺼리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많게는 50%까지 줄어든 호텔들도 있다”며 “투숙객을 위한 조식 운영 때문에 뷔페 레스토랑을 임시 휴업하고 싶어도 못하는 곳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는 영화관람 풍경도 바꿔 놓았다. 극장에서 맨 뒷좌석은 귀한 자리다. 최근 여자친구와 영화 관람을 위해 극장을 찾았다는 대학생 임준혁씨는 “영화관에서 대부분 마스크를 하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맨 뒷자리를 찾아서 예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외출이 줄어들면서 집에서 ‘나 홀로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옥션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홈 트레이닝을 위한 제품과 힐링, 뷰티 제품들의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유산소 운동에 좋은 ‘에어보드’ 제품은 무려 3배인 263%나 증가했고, 필라테스를 위한 제품도 100% 이상 상승했다. 줄넘기(103%)와 훌라후프(64%) 판매도 늘었다. 힐링 제품으로 거위털 이불과 베개가 각각 89%, 74% 판매가 상승했고, 목욕을 하면서 독서나 스마트폰 사용을 가능케 하는 욕조덮개도 143%나 잘 팔렸다.
옥션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외부보단 실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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