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연이 많은 분들에게 음악으로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일 낮 12시 30분 ‘랜선’을 타고 소프라노 한보라ㆍ테너 오영민 부부의 목소리가 흘렀다. 객석의 박수와 함성을 대신한 건 채팅창을 가득 메운 “브라보” 문자였다. 한보라와 오영민은 오페레타 ‘명랑한 미망인’ 수록곡, 가곡 ‘강 건너 봄이 오듯’ 등을 선보였다. 마지막곡 ‘아름다운 나라’에선 가사를 ‘아름다운 대구’로 바꿔 불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겨워하는 대구 시민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무대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이 ‘힘내요! 대구, 희망을 노래하다’라는 제목으로 마련한 온라인 공연이다. 13일까지 낮 12시 30분 대구 지역 음악가들의 공연을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중계한다. 최현묵 관장은 “시민들에겐 긍정의 에너지를, 지역 예술가들에겐 공연 기회와 경제적 지원을 주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 스톱’ 된 문화예술계가 온라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수익을 떠나 무대에 오르기 위해 흘린 땀을 그대로 식히기엔 아쉬워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창작공연 지원사업인 ‘창작산실’ 선정작들을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6일에는 무용 ‘히트&런’을, 12일에는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을 생중계한다. 문예위 관계자는 “창작산실 공연은 일종의 프로모션이기 때문에 공연을 취소하기가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중계가 보완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녹화 중계도 등장했다. 창작산실 작품 일부는 30일간 ‘무료 다시 보기 서비스’를 한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2일 네이버 V라이브에서 녹화 방송됐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지난달 15일 공연한 ‘쇼스타코비치와 러시아니즘’은 4일 오전 11시 30분 온라인에 공개된다.
서울돈화문국악당도 발 빠르게 온라인으로 눈을 돌린 곳이다. 지난달 29일 예정됐던 기획 시리즈 마지막 공연을 취소하는 대신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로 치렀다. 19일부터 시작될 새 기획 시리즈 ‘운당여관 음악회’도 온라인 생중계를 논의 중이다. 국악당 관계자는 “채팅창으로 실시간 대화도 주고받을 수 있어 연주자와 관객 모두 만족스러워했다”고 전했다.
미술계도 온라인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게시물을 평소보다 1.5배 늘렸다. 휴관이 장기화할 경우 SNS를 활용해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유튜브에 ‘광장’ ‘기억된 미래’ 등 지난해 열린 10개 전시 투어 영상을 서비스하고 있다.
3월 개최를 전격 취소한 아트바젤 홍콩은 아예 올해 참가하기로 했던 갤러리들의 출품작을 보여주는 플랫폼인 온라인 뷰잉룸을 20~25일 동안 연다. VIP 프리뷰는 18~20일 온라인으로 생중계한다. 국내 갤러리로는 학고재가 온라인 뷰잉룸에 참가한다.
김표향ㆍ강지원ㆍ장재진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