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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4월 이야기

입력
2020.03.02 18:00
수정
2020.03.02 18:0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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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4월 이야기'.
일본 영화 '4월 이야기'.

일본 영화 ‘4월 이야기’(1998)의 주인공은 대학 신입생 우즈키다. 고향을 떠나 도쿄 소재 대학에 입학해 하루하루가 새로운 우즈키는 낯선 장소에서 낯선 이성을 만나면 긴장되면서도 설렌다. 거리엔 벚꽃 향이 진하고, 흑백영화를 본 뒤 마주한 봄비는 감미롭다. 주인공이 소동과 시련을 겪기도 하지만 스크린엔 낭만이 넘실거린다. 4월에 학기가 시작되는 일본 대학가가 배경이다 보니 제목이 ‘4월 이야기’다.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면 ‘3월 이야기’가 되려나.

□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국내 대학들이 개강을 4주 연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학사 일정 소화를 위해 온라인 강의로 이달에 개강하는 대학도 있지만, 신입생 입장에선 캠퍼스에 발을 내딛는 4월에야 진정한 개강을 맞이할 듯하다. 일본 대학도 개강이 미뤄져 5월이 돼야 강의실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매년 겨울 발생하는 계절 전염병이 될 가능성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으니 한국 대학의 4월 개강, 일본 대학의 5월 개강이 정례화될지도 모른다.

□ 코로나19는 문화생활도 바꿔 놓았다. 공공 박물관은 대부분 휴관이고, 공연과 전시 취소도 잇따른다. 국민 오락인 영화 관람은 급감했다. 지난달 관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대신 ‘방구석 관람’이 늘어 주문형비디오(VOD) 이용건수가 증가세다. 바이러스 확산의 지옥도를 묘사한 미국 영화 ‘컨테이젼’(2011)과 한국 영화 ‘감기’(2013)가 뒤늦게 인기다. 예전에 두 영화를 볼 때는 ‘저럴 수 있겠다’고 차분하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저렇게 돼 가고 있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 ‘4월 이야기’의 우즈키는 ‘설국’ 홋카이도에서 나고 자랐다. 우즈키가 대학 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나며 열차를 탈 때 풍경은 겨울에 가깝다. 홋카이도의 차디찬 이미지와 도쿄의 봄이 대비되며 ‘4월 이야기’는 더 온기를 띤다. 4월 말쯤이면 코로나19가 잦아들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있지만 과연 이 시간을 견뎌 내면 4월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을까. 잔인한 4월이 아니기를, 올해 4월은 모두 남다른 인생 이야기를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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