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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혼자 14일 못 버텨” 자가격리 동행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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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혼자 14일 못 버텨” 자가격리 동행하는 사람들

입력
2020.03.03 01: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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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부족해 입원대기 들어가자 ‘타가격리’ 자처해 함께 생활

방호복을 입은 이창수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지난달 29일 대구 동구의 장애인 자립주택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A(가명.48)씨의 채온을 재고 있다. 이창수씨 제공
방호복을 입은 이창수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지난달 29일 대구 동구의 장애인 자립주택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A(가명.48)씨의 채온을 재고 있다. 이창수씨 제공

“일반인도 힘든 자가격리 14일을 장애인들이 버틸 수 있을까요? 신종 코로나보다 혼자가 되는 것이 장애인들에겐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대구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이창수(30)씨는 지난달 29일부터 대구 동구 한 ‘장애인 자립주택’에서 격리에 들어갔다. 전날 밤 늦게 이 집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A(48)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은 직후였다. 이 활동가는 A씨의 접촉자가 되면서 ‘자가격리’를 해야 했지만 A씨를 돌볼 사람이 없어 ‘타가격리’를 자처했다. 지역에서 속출하는 확진환자로 인해 병상이 부족하자 A씨가 입원 대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자립주택에서 같이 살던 또 다른 발달장애인 B(53)씨는 급히 인근 다른 장애인 자립주택으로 거처를 옮겼다. 신체적인 활동에 큰 무리는 없다지만 본인의 욕구를 제어하기 힘든 지적장애 2급인 A씨가 혼자 남아 언제일지 모를 입원을 기다리기에는 불가능했던 상황이었다. 이 활동가는 “자립주택 거주자 가운데 실제로 확진자가 나왔고, 병상이 없다고 하니 크게 당황했다”며 “탈시설 장애인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이들의 식사를 챙기고 입던 옷을 소독하고 방역을 하는 등의 활동을 누가 해 주겠나 싶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자립주택에서 '타가격리'중인 이창수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이창수씨 제공
장애인 자립주택에서 '타가격리'중인 이창수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이창수씨 제공

이 활동가는 곧장 2주를 버틸 수 있는 짐을 쌌다. 생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 확진자와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몸을 감싸는 방호복을 입고 생활해야 하는 것부터 식사와 청소는 물론 A씨의 건강상태도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는 새벽 5시 방호복을 입고 자립주택에 제발로 들어갔다. 다행히 A씨와 함께 지낸 지 12시간만에 A씨는 경북 상주시 적십자병원에 입원이 결정됐다. 센터 측의 끊임없는 요구 덕분이었다. 3일째 홀로 자신의 집도 아닌 자립주택에서 지내고 있는 그는 “A씨가 잘 치료돼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발달장애인의 동거인으로 본인도 자가격리 대상자가 된 발달장애인 B(가명 53)씨와 함께 자가격리 중인 정지원 활동가. 정지원씨 제공.
신종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발달장애인의 동거인으로 본인도 자가격리 대상자가 된 발달장애인 B(가명 53)씨와 함께 자가격리 중인 정지원 활동가. 정지원씨 제공.

대구 장애인지역공동체 소속 정지원(32) 활동가도 인근 장애인 자립주택에서 ‘타가격리’를 자처했다. 지난달 29일부터 혼자 남은 발달장애인 B씨를 돌보기 위해서다. 정 활동가는 지난달 26일 A씨의 체온을 측정했다는 이유로 자가격리 대상이 됐고, 자택 대신 홀로 남은 B씨를 지원하며 함께 지내기로 결심했다. 정 활동가는 B씨의 식사와 위생을 챙기고 보건소 모니터링 담당자에게 수시로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식사는 주로 센터에서 지원받은 컵밥, 라면처럼 간편식이다. B씨가 식사를 마치면 모두 치운 뒤 본인도 식사를 한다고 했다. 정 활동가는 “건강하지 못한 식단이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욱 큰 걱정은 입원과 자가격리에 놓인 장애인들의 상태다. 그는 “살던 곳에서 갑작스레 이동하고 같이 살던 동료도 보이지 않자 B씨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고, 왜 지금 밖에 나가지 못하는지도 몰라 답답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무연고자인 A씨도 혼자 병원에 입원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대구에서 돌봐줄 이 없는 장애인 13명이 자가격리 중이다. 이들의 생활을 지원할 인력과 관련 물품이 크게 부족한 상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자가격리 된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지원할 생활지원인력을 모집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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