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0명’이라고 발표했던 인도네시아에서도 2일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비상이 걸렸다. 국회에 관련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확진 환자 두 명의 구체적인 동선은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가 그들의 행적과 동선을 파악했다.
이날 본보가 현지 의료진을 통해 확보한 코로나19 확진 모녀(母女)의 동선에 따르면, 딸인 A(31)씨는 지난달 14일 자카르타 시내의 식당과 댄스클럽인 팔로마 비스트로와 아미고스 레스토랑에서 말레이시아에서 온 일본인 친구를 만났다. 이틀 뒤인 지난달 16일 A씨에겐 기침, 호흡 가빠짐,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일본인 친구는 이후 말레이시아로 돌아간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24번째)을 받았다. 이 일본인 여성은 41세 댄스 강사로 1월에 일본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증상이 나타난 지 10일 뒤인 지난달 26일 자택이 있는 서부자바주(州) 데폭의 미트라 클루아르가병원에 입원했다. 29일엔 자카르타 북부의 술리안티 사로소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상태가 호전됐다. 데폭은 수도 자카르타에서 남쪽으로 20㎞ 정도 떨어져 있다.
A씨의 어머니 B(64)씨는 데폭시 자택에서 딸과 접촉한 이틀 뒤인 지난달 22일부터 증상이 시작됐다. 기침, 호흡 가빠짐, 발열, 무기력 등이었다. 이어 딸과 같은 병원에 입원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추가 동선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A씨와 전파자인 일본인 친구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접촉이 심한 댄스클럽에 갔다는 사실은 우려를 낳고 있다. 남부 자카르타의 크망 지역에 있는 아미고스 레스토랑은 평소 식당으로 운영하다 매주 금요일 밤 라틴댄스 경연을 벌여 외국인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망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팔로마 비스트로는 중부 자카르타 멘텡에 있다. 모녀의 직업이 국립대 교수와 강사라는 추정이 떠돌았으나, A씨는 댄스 강사, B씨는 모 대학 교수라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다. 보건부는 현재 모녀의 행적을 추적 조사하고 있다. 다행히 모녀와 같이 사는 동거인 두 명(A씨 자매, 가사도우미)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날 인도네시아에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두 명 있다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발표 이후 자카르타 도심에선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빚어졌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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