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과 농협에 이어 우체국이 2일 정부의 공적 마스크 판매에 가세했지만 ‘마스크 대란’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대부분의 우체국에선 이른 아침부터 인파가 몰려 마스크를 내놓자마자 동이 났다. 허탕을 친 이들 사이에선 “마스크를 사러 다니다 감염되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마스크 판매방식에 원성을 쏟아냈다.
이날 오전 10시 대구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우체국 앞엔 판매시간 한 시간 전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 200m가량 이어졌다. 그런데도 판매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 마스크가 모두 소진되자 대기하던 이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김모(54)씨는 “아직도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정부에서 대구시민은 웬만하면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면서 마스크 판매처에 이렇게 인파가 몰리도록 방치하는 게 과연 예방을 우선하는 행정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날 마스크가 풀린 대부분의 우체국 사정은 비슷했다. 선착순 80여명 정도만 마스크를 살 수 있는 탓에 판매 시작과 동시에 ‘완판’되며 상당수 시민이 헛걸음을 했다. 일부 우체국에서는 장시간 줄을 서는 과정에 극도로 예민해진 이들이 서로 말다툼을 벌이거나 “판매 방식에 문제가 많다”며 우체국 직원들에게 항의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됐다. 대구 달서구 도원동 우체국에서 만난 최모(53)씨는 “이제는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 일상이 돼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며 허탈하게 말했다.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다른 공적 마스크 판매처로 몰렸다. 하지만 다른 곳도 물량이 달리긴 마찬가지. 약국 등에서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시민은 마스크를 찾아 헤매느라 하루 종일 바쁘게 발품을 팔아야 했다.
경북 경산의 한 농협 하나로마트에선 판매 시작과 함께 마스크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경산 옥산동에 사는 김지연(28)씨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하루 종일 대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매번 애를 태워가며 구해야 한다는 것이 불편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 중인 대구ㆍ경북 이외 지역에서도 마스크 구하기는 힘들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한 경기지역의 한 농협 하나로마트에도 오전 11시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 300m 정도 이어졌다. 준비된 마스크 1,000장은 판매시작 5분 만에 동이 났고, 마스크를 사지 못한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등 소동이 일었다. 이 지점 관계자는 “많은 시민이 좁은 주차장에 모여 줄을 서 자칫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강원도도 이날 1만3,000장의 마스크를 도내 하나로마트, 우체국 등에 보급했지만 공급이 달려 곳곳에서 ‘마스크 구입 전쟁’이 벌어졌다. 그나마 확진자가 적은 제주에서도 하나로마트 44곳과 우체국 20곳이 마스크를 내놨지만 인파가 몰려 헛걸음을 한 시민들이 속출했다.
서울 등 도심지역 우체국에선 마스크를 파는 줄 알고 일찍부터 왔다가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린 시민들이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성동우체국에선 5, 6명이 우체국에 왜 마스크를 팔지 않느냐고 거세게 항의하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광화문우체국에 갔다가 허탕을 친 직장인 한모(35)씨는 “서울에서도 마스크 구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인데 왜 서울 우체국만 판매처에서 빠진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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