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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 급습에…이만희, 몰래 빠져나가 검사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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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 급습에…이만희, 몰래 빠져나가 검사받아

입력
2020.03.02 18:16
수정
2020.03.02 23:5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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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음성이 무슨 뜻인지 몰라” 엉뚱한 대답에 “조용” 호통도

‘박근혜’ 새긴 시계 차고 회견… 朴측 변호사 “시계 은색뿐, 가짜다”

2일 경기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큰절을 하고 있다. 가평=고영권 기자
2일 경기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큰절을 하고 있다. 가평=고영권 기자

신천지예수교 이만희 총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 총회장은 사죄를 거듭하며 낮은 자세를 취했지만 “코로나 검사를 본인이 받아야 한다는 건 몰랐다”고 답변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망각한 듯 안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총회장은 2일 오후 3시 14분쯤 경기 가평군 평화연수원(평화의 궁전) 앞 기자회견장에 마스크를 쓴 채 등장했다. 회색 정장 차림에 노란색 넥타이와 배지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이 총회장은 “정말 면목이 없다”며 “신천지 대표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입장문을 발표하는 도중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두 번씩이나 큰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입장 발표에 이어 취재진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엉뚱한 답변을 늘어놨다. 코로나 검사 결과를 묻는 질문에는 “코로나 검사를 이 사람(본인)이 받아야 한다, 이런 건 모르고 있었다. 검사하라는 연락이 와서 검사를 받았는데 음성이 나온 것이다. 음성도 잘 모른다”고 답했다. ‘언제부터 평화연수원에 머물렀느냐’는 질문엔 “(지난달) 17일날 와 왔다 갔다 했다”고 답했다. 회견 중간에 “조용합시다, 조용히”라고 호통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다 기자회견 시작 22분 만인 오후 3시 36분 대문 안으로 사라졌다.

이 총회장은 왼쪽 손목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를 차고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신천지 측은 “시계와 관련해선 어떤 점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우리 시계는 금장 시계는 없고 은색만 있다. 날짜판도 없다”면서 “가짜다”라고 밝혔다.

이 총회장이 사라진 뒤 신천지 측은 자신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전체 신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처음 질본이 저희 쪽에 요청한 것은 국내 신천지 신도 숫자였다”면서 “여기엔 해외 신자나 교육생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게 오해가 돼 전체 인원을 주지 않은 것으로 비쳤다”고 해명했다. 이후 질본의 추가 요청에 따라 해외 신자 3만3,281명과 교육생 6만5,127명의 명단을 모두 제출했다는 주장이다. 명단에서 미성년자 일부가 누락된 점에 대해서는 “일부 학생의 경우 신자인 부모를 통해 조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그렇게 하도록 협의가 됐다”고 전했다. 신천지 측은 공개된 부동산에 신자들의 합숙소 등이 빠지는 등 실제 내용과 다른 점에 대해서도 “신종 코로나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은 많은 인원이 모이는 곳이라 생각해 1,100여곳만 먼저 공개했다”며 “숙소는 개인 정보 문제도 있기 때문에 뒤늦게 공개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 총회장이 검체 채취를 거부, 직접 현장에 가서 체포하겠다”며 경찰과 함께 이날 오후 7시20분쯤 현장을 찾았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이 총회장은 신천지 본원이 있는 과천시보건소를 찾아 검체 채취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확진 여부는 이르면 3일 오전에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 전후 평화연수원 인근은 취재진과 신천지 피해자 부모, 도청 및 경찰 관계자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었다. 신천지 신자 자녀를 둔 부모들은 연수원 인근에서 ‘사이비 신천지 가출된 자녀들 코로나 검진 받게 하라’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까지 벌였다. 피해자라는 이연우(53)씨는 “신천지는 내 딸을 그만 조종하고 돌려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총회장에게 욕설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부모도 있었다.

2일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총회장의 기자회견이 예정된 경기 가평군 청평면 평화의궁전(평화연수원) 앞에 신천지 피해자들과 취재진, 주민, 경찰 및 도청 관계자들이 뒤엉켜 있다. 이승엽 기자
2일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총회장의 기자회견이 예정된 경기 가평군 청평면 평화의궁전(평화연수원) 앞에 신천지 피해자들과 취재진, 주민, 경찰 및 도청 관계자들이 뒤엉켜 있다. 이승엽 기자

평화연수원은 청평호를 앞에 둔 3층짜리 흰색 건물로, 5,700㎡ 면적의 땅에 지어졌다. 원래 통일교재단 소유였으나 2012년 이만희 총회장과 신천지 2인자이자 과거 내연녀로 알려진 김남희씨가 사들이면서 신천지 소유가 됐다. 연수원은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사방이 철조망과 돌담, 북한강으로 둘러싸여 마치 섬을 연상케 하는 구조였다. 4m 높이의 정문 앞에는 ‘사자조심’ 이라는 팻말과 경기도지사 명의의 시설 폐쇄 명령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가평=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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