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일 오후 강원 원산 인근에서 동해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나 대형 방사포 등 시험발사는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여 만이고 올해 들어서는 처음이다. 지난해 말 노동당 전체회의에서 답보 상태를 거듭하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사실상 중단을 선언하며 자력갱생을 강조한 터라 이날 갑자기 군사력 과시를 위해 시험발사를 한 배경과 의도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번 발사는 북한 내부 동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 리만건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농업부장을 “엄중한 부정부패”를 이유로 공개 해임했다. 당 간부 인사와 감시를 맡은 당내 2인자인 조직지도부장의 해임은 7년 전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공개 숙청을 떠오르게 한다.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된 이후 건군절(2월 8일) 행사마저 건너 뛰는 등 공개 행보를 극도로 자제하던 김 위원장이 이즈음 동부지구 부대 합동타격훈련을 지도했다는 점도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북한은 농업생산성 확대나 과학기술 개발 등 자강 노력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일련의 사건을 보면 그 같은 정책 방향이 강한 결속력 아래 실행에 옮겨지는 것 같지는 않다. 리만건 숙청은 이런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일 테고, 군부대 지도방문이나 이날 시험발사는 군사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워 정권 구심력을 다지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오랜 경제난과 함께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는 것도 북한 민심이 흉흉한 이유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한은 공식적으론 확진자나 사망자가 없다지만 7,000명이 사실상 자가격리상태라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나라 앞에 죄를 짓게 된다”는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 이미 상당히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
거듭 지적하지만 북미 회담이 어려워졌다고 북한이 남북 협력까지 내팽개칠 이유는 없다. 명분으로 보나 실리로 보나 발사체 시험보다 당면한 코로나19 방역에 남북이 협력할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다. 김 위원장은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3ᆞ1절 제안에 화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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