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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채용 계획 못 잡는 은행들… 취준생 피 말리는 코로나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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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채용 계획 못 잡는 은행들… 취준생 피 말리는 코로나바이러스

입력
2020.03.03 01:00
수정
2020.03.03 09: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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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청년취업 두드림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1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청년취업 두드림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시중은행들의 신입사원 공개 채용 일정에도 줄줄이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가뜩이나 심한 취업난에 코로나 악재까지 겹치면서 ‘꿈의 직장’ 취업을 준비하던 청년 구직자들은 혹시 공채가 무산되거나 규모가 크게 축소될까 불안에 떨고 있다.

◇상반기 채용일정 줄줄이 타격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주시하며 채용일정 연기를 검토 중이다.

통상 은행들은 매년 2,3월 공채 윤곽을 마련해 4월 공고를 시작으로 상반기 공채 일정을 진행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아직 구체적인 채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지난해 상반기 금융권 최다인 630여명을 신규 채용했던 신한은행은 올해 채용 일정이 아직 미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까진 4월 공고 후, 5월 채용 일정을 시작해 뒤 7월쯤 마무리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리스크로 여전히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도 비슷하다. 지난해에는 4월 채용 공고를 냈던 우리은행(300명)과 IBK기업은행(220명) 모두 아직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일찌감치 상반기 공채 전형을 시작했던 NH농협은행 역시 중간 단계에서 멈춘 상태다. 당초 지난달 9일 예정이던 공채 필기시험을 2주 연기해 지난달 23일 마스크를 쓴 채 치렀지만, 집단 토론 등이 필수인 면접은 잠정 연기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최근 수년간 상반기 채용이 없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수시채용을 해왔는데, 수시채용도 최근 서류전형만 진행하고 면접은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채용 계획 변화-김문중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채용 계획 변화-김문중 기자

◇청년들 “은행 취업문 더 좁아질 것”

은행들은 코로나 사태로 대규모 지원자가 몰리는 채용 전형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일명 ‘은행고시’로 불리는 필기시험을 위해 전국에서 5,000~6,000여명이 지정된 중ㆍ고등학교로 몰리는데, 밀집 공간에서 장시간 시험을 치르며 감염이 이뤄질 수 있어서다. 지원자 5~6명이 조를 이뤄 진행되는 토론이나 면접 과정에서도 대면접촉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의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은행은 높은 보수와 좋은 복지로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 선망의 직장으로 꼽힌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은행들이 신규 채용 규모를 확대했음에도, 취업난 속에 매년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채용 규모가 대폭 줄거나, 아예 일정이 무기한 연기될 거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럴 경우 올 하반기나 내년 은행 입사 문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은행들의 채용 계획도 확정되지 않아 스터디 모임을 계속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상반기 채용이 취소되면 지원자들이 하반기로 다 몰릴 텐데 경쟁률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취업사이트 잡코리아가 지난달 취업준비생 1,7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3.5%가 이번 코로나19가 ‘취업준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가 취업준비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기업들이 채용을 취소하거나 축소할까 우려된다’가 응답률 57.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기업들의 채용일정 연기로 향후 기업끼리 일정이 겹칠까 우려된다’는 응답도 47.9%로 높았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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