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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사회생활’ 이길수PD “배려는 인간의 본능, 어른이 아이에게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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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사회생활’ 이길수PD “배려는 인간의 본능, 어른이 아이에게 배워야”

입력
2020.03.02 15:39
수정
2020.03.02 20: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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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사회생활’을 연출한 이길수 PD는 “촬영하면서 가장 예뻤던 장면은 아이들끼리 도란도란 얘기하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CJ ENM 제공
‘나의 첫 사회생활’을 연출한 이길수 PD는 “촬영하면서 가장 예뻤던 장면은 아이들끼리 도란도란 얘기하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CJ ENM 제공

“‘사회생활 잘 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내 사회생활은 언제 시작됐을까요?”

tvN 이길수 PD의 궁금점이자 출발점이었다. 그래서 유아들의 사회생활을 탐구했다. 1월 중순부터 방송된 프로그램 ‘나의 첫 사회생활’이다. 이 프로그램 종방일인 3일을 앞두고 지난 28일 이 PD와 만났다.

‘나의 첫 사회생활’은 ‘유아 예능’을 표방했으나 다른 유아 예능과 다르다. 연예인 등 유명인 자녀의 ‘귀여움’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일반인 가정에서 섭외한 5~7세 아동 10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서울 성북동에 마련한 가상의 어린이집에서 이들이 3주간 보낸 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제작진 개입은 최소화했다. 아이들 행동과 대화를 담백하게 전할 뿐이다. 예능이라지만 다큐멘터리 느낌이 난다.

이 PD는 “통상 사회생활이라고 하면 직장생활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본격 시작되는 건 어린이집, 유치원 때부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마냥 즐겁게 놀다 올 거라 생각하지만 그들도 친구들과 나름의 고충이 있고, 그 성장기를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써 어른들을 돌아보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내게 된 데엔 자신의 경험도 작용했다. 이 PD의 대표작은 tvN의 ‘수요미식회’(2015~2017년). 음식이나 다른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엄마가 돼 보니 어린 친구들도 성인 만큼이나 똑같은 감정의 크기를 느끼며 커가고 있단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아휴직에서 복귀하면서 ‘나의 첫 사회생활’을 기획하게 된 이유다.

tvN 예능 ‘나의 첫 사회생활’은 5~7세 아동 10명이 겪는 어린이집 사회생활을 여과 없이 화면에 담았다. 방송화면 캡처
tvN 예능 ‘나의 첫 사회생활’은 5~7세 아동 10명이 겪는 어린이집 사회생활을 여과 없이 화면에 담았다. 방송화면 캡처

독특한 예능 방식이 낯설었던 걸까. 프로그램 자체는 시청률이 좋지 못했다. 지난 7회(25일)까지 1%대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이에 대해 이 PD는 “시청률은 아쉽지만, 누구나 가볍게 보는 프로는 아닐 수 있겠단 각오를 했다”면서 “그럼에도 기획안이 통과된 건 회사에서 기획의도와 새로운 시도 자체를 높이 평가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뚝심을 높이 산 좋은 평가도 있다. ‘육아 예능의 다양성을 확장했다’는 평가다. 시청자들도 “처세라곤 하지만 아이들의 따뜻한 행동을 보면서 내 생활을 반성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PD는 “타인에 대한 배려는 학습을 통해 이뤄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아이들을 관찰하다 보면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3일 오후 11시 방송되는 ‘나의 첫 사회생활’에선 동고동락한 아이 10명의 졸업식과 이별의 과정이 다뤄질 예정이다. 이 PD는 “슬프지만 또 기분 좋게 헤어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별의 의미도 되새겨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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