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50+1’ 규정이라는 독일 프로축구 전통에 자부심을 느끼는 팬들과 구단 사이의 의견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
바이에르 뮌헨 서포터스들은 1일(한국시간) 독일 진스하임의 프리제로 아레나에서 끝난 2019~20 독일 분데스리가 24라운드 TFG 1899 호펜하임-바이에르 뮌헨 경기에서 걸개를 들고 호펜하임의 대주주 디트마르 호프(80)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경기는 두 차례 중단됐고, 재개된 후에도 양 팀 선수들은 공을 돌리며 항의의 뜻을 보였다.
서포터스들이 누구도 차별 받지 않아야 할 경기장에서 공개 비난을 하고 나선 건 ‘50+1’ 규정 때문이다. 50+1 규정은 구단이나 서포터스들이 구단 지분의 51% 이상을 차지하게 하는 것이다. 지나친 자본의 개입을 방지해 상업 축구화를 저지하고, 재정 건전성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분데스리가 서포터스들은 이 규정에 자부심을 느끼며, 지켜야 할 전통으로 여긴다. 리그 경쟁력 저하와 우수 선수 유출 문제가 발생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2018년 독일축구연맹(DFB) 총의회에서 이 제도에 대한 유지 의견이 더 많아(53%) 존속되고 있다.
이 규정을 호프가 깼다. 2015년 20년 이상 지속해 특정 팀을 지원한 사람이나 기업은 해당 구단을 소유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이 생겼는데, 이 예외 조항을 처음 활용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의 공동 창업자인 호프는 1989년부터 호펜하임에 투자해와 이 팀의 지분 96%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후 분데스리가 서포터스들은 호프를 ‘독일 축구의 전통을 깼다’며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여기에 지난달 20일 DFB가 약속과 달리 호프를 공개 비난한 도르트문트 서포터스들에게 ‘2022년 1월까지 호펜하임 원정석 출입 금지’ 집단 징계를 내려 논란은 가중됐다.
한동안 분데스리가에서는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구단과 서포터스 사이에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뮌헨과 호펜하임 선수들은 팬들이 걸개를 내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기를 중단했고, 재개된 후에도 서로 공을 돌리다가 경기를 끝냈다. 또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뮌헨의 칼 하인츠 루메니게 회장 역시 팬들을 비난했다. 그는 “분데스리가에서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할 일이 결국 벌어졌다”며 “너무 오랫동안 관중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눈감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1일 치러진 FC 우니온 베를린과 VfL 볼프스 부르크 간 경기에서도 호프를 비난하는 걸개가 다시금 등장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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