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2001년 3월 9일 바미얀(Bamiyan) 석불을 파괴했다. A.D 3세기부터 근 300년에 걸쳐 구축돼, 실크로드 대상들과 순례자들의 숭앙을 받아온 인류 문화 유산이 단 한 순간에, CNN 방송을 통해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산산조각 났다.
힌두쿠시 산맥의 바미얀 사암계곡 석불은 2세기 무렵부터 불교 승려 및 주민들에 의해 수십 기가 만들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게 53m와 38m 높이의 한 쌍의 석불로, 아프간 주민들은 그 둘을 ‘살살’(Salsal 또는 ‘Solsol’, ‘우주를 밝히는 빛’이란 의미)과 ‘샤마마’(Shamama, 어머니 신)라 불렀다.
석불들은 아프간이 9세기 무슬림 지배하에 든 이래 17세기 무굴 제국과 18세기 페르시아, 19세기 아프간 왕조를 거치며 여러 차례, 황제의 명령으로 파괴의 위험을 겪었고, 두 거대 석불도 부분적 손상을 입었다. 1980년대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시기의 무자헤딘 반군에게도, 바미얀 계곡의 석굴들은 좋은 은거지였지만 석불 자체는 못마땅한 우상이었다. 그들은 칼리시니코프 자동소총으로 전투의 화풀이를 석불들에게 해대곤 했다. 그래도 두 석불이 원형을 잃진 않았다.
이슬람의 위대한 황제들조차 이루지 못한 ‘위업’을 달성한 날 탈레반은 소를 잡아 신을 경배하는 축제를 벌이며 ‘알라 아크바르’(Allah Akbar, 신은 위대하다)를 연호했다.
전후 유네스코와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학계 등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아 석불 복원을 위한 협의를 벌였다. 하지만, 3,000만~12억 달러에 달하는 복원 비용도 비용이지만, ‘반달리즘(문화 파괴)’의 교훈으로 그 현장을 보존하는 게 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맺었다. 한 중국인 부부가 2015년, 12만 달러를 후원해 ‘살살’의 원형을 홀로그램 영상으로 복원했다. 현지 전기 공급이 안 되고 태양광 발전도 여의치 않은 지역이어서 살살은 디젤 발전기에 의존해 생명을 잇고 있다. 지난해 한 외신은 관광객들이 석굴 벽면에 낙서를 하고, 석불 조각을 기념품으로 훔쳐 가는 일이 잦다고, 반달리즘은 탈레반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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