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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바미얀 석불의 어제와 오늘(3.9)

입력
2020.03.09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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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쿠시 산맥 실크로드의 바미얀 석불이 2001년 오늘 파괴됐다. wikimedia.org
힌두쿠시 산맥 실크로드의 바미얀 석불이 2001년 오늘 파괴됐다. wikimedia.org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2001년 3월 9일 바미얀(Bamiyan) 석불을 파괴했다. A.D 3세기부터 근 300년에 걸쳐 구축돼, 실크로드 대상들과 순례자들의 숭앙을 받아온 인류 문화 유산이 단 한 순간에, CNN 방송을 통해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산산조각 났다.

힌두쿠시 산맥의 바미얀 사암계곡 석불은 2세기 무렵부터 불교 승려 및 주민들에 의해 수십 기가 만들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게 53m와 38m 높이의 한 쌍의 석불로, 아프간 주민들은 그 둘을 ‘살살’(Salsal 또는 ‘Solsol’, ‘우주를 밝히는 빛’이란 의미)과 ‘샤마마’(Shamama, 어머니 신)라 불렀다.

석불들은 아프간이 9세기 무슬림 지배하에 든 이래 17세기 무굴 제국과 18세기 페르시아, 19세기 아프간 왕조를 거치며 여러 차례, 황제의 명령으로 파괴의 위험을 겪었고, 두 거대 석불도 부분적 손상을 입었다. 1980년대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시기의 무자헤딘 반군에게도, 바미얀 계곡의 석굴들은 좋은 은거지였지만 석불 자체는 못마땅한 우상이었다. 그들은 칼리시니코프 자동소총으로 전투의 화풀이를 석불들에게 해대곤 했다. 그래도 두 석불이 원형을 잃진 않았다.

이슬람의 위대한 황제들조차 이루지 못한 ‘위업’을 달성한 날 탈레반은 소를 잡아 신을 경배하는 축제를 벌이며 ‘알라 아크바르’(Allah Akbar, 신은 위대하다)를 연호했다.

전후 유네스코와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학계 등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아 석불 복원을 위한 협의를 벌였다. 하지만, 3,000만~12억 달러에 달하는 복원 비용도 비용이지만, ‘반달리즘(문화 파괴)’의 교훈으로 그 현장을 보존하는 게 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맺었다. 한 중국인 부부가 2015년, 12만 달러를 후원해 ‘살살’의 원형을 홀로그램 영상으로 복원했다. 현지 전기 공급이 안 되고 태양광 발전도 여의치 않은 지역이어서 살살은 디젤 발전기에 의존해 생명을 잇고 있다. 지난해 한 외신은 관광객들이 석굴 벽면에 낙서를 하고, 석불 조각을 기념품으로 훔쳐 가는 일이 잦다고, 반달리즘은 탈레반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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