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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 운명 맡기겠다” 출마 선언… 이광재 돌풍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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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 운명 맡기겠다” 출마 선언… 이광재 돌풍 불까

입력
2020.03.02 20: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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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충북권 일부까지 파급 기대” 

 野 “총선용 사면에 민심 싸늘” 

이광재 민주당 강원 권역 선대위원장이 2일 강원 춘천시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총선 원주갑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이광재 민주당 강원 권역 선대위원장이 2일 강원 춘천시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총선 원주갑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2일 “제 운명을 강원도에 맡기려 한다”며 4·15 총선 강원 원주갑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권을 떠난 지 9년 만이다. 고대하던 ‘대표급 선수’를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이광재 효과’ 기대감으로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강원권 후보 공백’에 고심을 거듭 중인 미래통합당은 견제 속에서도 ‘이광재 돌풍’ 가능성에 대해선 고개를 젓는 등 의미 축소에 나섰다.

“강원의 아들, 이광재입니다.” 이 전 지사는 이날 강원 춘천시 민주당 강원도당 당사에서 가진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운을 뗐다. 강원도에서 17ㆍ18대 의원과 도지사까지 지낸 그는 “추락할 수 있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내 운명을 강원도에 맡기려 한다”고 결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원주갑을 택한 이유로는 “중학교 시절 자취생활을 하면서 꿈을 키웠던 원주에서 시작하고 싶고,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곳에서 일해보고 싶은 인간적인 심정도 있다”고 말했다. 또 “지도자 크기만큼 도시가 성장한다. 강원도가 미래로 나아가려면 사람을 키워야 한다”며 ‘큰 인물론’도 강조했다.

이 전 지사 출마로 민주당은 들썩였다. 원주, 춘천은 물론 충북권 일부까지 파급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친노 핵심의 상징성이 강한데다, 재단법인 여시재 활동 과정에서 이념적 스펙트럼을 확대한 이 전 지사의 등판이 전국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거의 모든 지역구에서 박빙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역 상징성이 강한 인물은 접전 판세를 강세로 이끄는 동력이 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권성중 예비후보가 탈당하면서 갈등 봉합은 숙제로 남았다.

통합당은 의미 축소에 분주했다. 통합당 강원도당 관계자는 “이 전 지사가 강원에서만 재선을 했고 지사도 한 만큼 존재감은 있지만 9년의 공백이나 경쟁력 있는 기존 예비후보의 반발 등 풀어나갈 상황이 만만치는 않다”며 “특히 총선용 사면을 둘러싼 지역 민심도 호의적이지만은 않다”고 했다. 강원권에 지역구를 둔 통합당 현역 의원은 “강원처럼 표밭이 넓은 지역에서는 원주에서 뛴다고 전체 권역에 바람이 분다는 구상 자체가 맞지 않는다”며 “춘천만 해도 원주와 라이벌 의식이 있는 등 바람이 제한적일 요소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일각에선 3선 권성동 의원(강릉) 차출론도 회자된다. 재선 염동열(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의원 불출마, 3선 황영철(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군) 의원 의원직 상실 등으로 공백이 큰 만큼 비박계 핵심인 권 의원이 이 전 지사 대항마 성격으로 선거를 뛰어야 한다는 구상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통합당에도 권 의원 같은 강원 선거의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는 요청이 당에 전달된 만큼 강원 지역 선거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com

 ◇이하 이광재 전 강원지사 출마선언문 전문 

사랑한다면 모든 운명을 맡기는 것이 아름다운 길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강원도민 여러분, 여러분과 눈물로 이별한 지 9년이 지났습니다. 아홉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9년 만이라는 설렘이 있습니다. 한편으론, 9년이나 흘렀다는 두려움도 갖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인사드립니다. 강원의 아들, 이광재입니다. 지난해 말 사면이 있었습니다. 당과 주변에서는 출마 권유가 강했습니다. “강원도가 소외되고, 어렵다. 도와 달라.”

“강원도의 꿈을 이루어 달라.”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타깃이 되어 온갖 공격을 받을 텐데...”라며 걱정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언제 적 이광재냐?”며,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은 사람이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주위의 말과 시선, 언론이 쏟아 내는 기사는 저를 흔들었습니다.

불면의 밤,‘지혜의 지혜’를 얻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한밤중 산속 걷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저를 돌아보고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지난 9년 동안 “강원도민들에게 은혜를 갚겠다.”는 다짐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출마를 생각하니 두려움이 컸습니다. “내가 혹시 흘러간 물은 아닐까?” “대한민국과 강원도 미래에 진정 도움이 될까?” 9년의 시간만큼이나 길고 긴 두 달이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강원도민 여러분, 담대한 도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겠습니다. 백척간두 위에서 한 발 내딛는 심정으로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두렵습니다.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길도 제 운명으로 알겠습니다. 제 운명을 강원도에 맡기려 합니다. 존경하는 강원도민 여러분, 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원주 갑 지역구’에 출마하려 합니다. “가난한 사람도 열심히 살면 운명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반드시 일가를 이룬다.” 제가 중학교 시절 자취생활하면서 꿈을 키웠던 원주에서 시작하고 싶습니다.

개인적 소망이지만, 7남매 중 부모님 속 썩이는 유일한 자식이 접니다.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원주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원주시민 여러분, 저는 수도권 출마를 고사하고, 사랑하는 강원도로 왔습니다. 저는 전략공천을 원하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살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당내 경선을 원합니다.

당에서 원주 출마를 강하게 권했을 때, 가장 망설인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두 분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저희 부모님과도 가까우신 박우순 선배님은 제가 좋아하는 분입니다. 권성중 변호사는 장래가 있는 후배입니다. 두 분은 지난 4년 동안 열심히 준비해오셨습니다. 두 분의 마음 백 번, 천 번 이해합니다. 소중한 두 분과 아름다운 경선을 하고 싶습니다. 당에 요청할 것입니다. 반드시 함께 일하고,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강원도민 여러분, 원주시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지금 전진하느냐? 후퇴하느냐?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산업화, 민주화 세력은 정년을 앞두고 있거나, 정년 후 불안한 노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명의 물결은 젊은이들의 직장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대도시의 고비용 구조는 모든 계층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1년에 귀촌 인구가 50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소도시와 농촌은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국민이 국가를 자랑스러워하고, 국가는 국민을 ‘자랑스럽게’ 도와주는 멋진 나라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저는 정치혁명을 통해 대한민국호가 미래로 나아가게 하고 싶습니다. 첫째, 단순 GDP 수치가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정치목표’가 되는 정치혁명을 만들고 싶습니다. 삶의 질에 중요한 일자리, 교육, 의료, 주거, 문화 5가지를 ‘정치목표’의 중심에 놓겠습니다.

일자리는, 경제는, 교육은 국민에게는 ‘하늘’입니다. 둘째, 분열된 땅 위에는 집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산업화, 민주화 다음 어디로 갈 것인가? 국가의 공동목표를 찾아야 합니다. 새롭게 국회가 열리면 여야 공부 모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 일류국가 지도자와 비교할 때, 더 뛰어난 안목과 실력을 갖추어야 대한민국 미래가 열립니다. 국가 전체는 물론 세계적인 인재와 함께 대한민국을 창조해 나가는 시스템을 짜야 합니다.

셋째, 국력은 경제력에서 나옵니다. 경제력을 기술력에서 나옵니다. 기술력은 교육에서 탄생합니다. ‘교육혁명’을 통해 인재강국으로, 경제강국으로 거듭 일어서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합니다. ASIA No. 1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넷째, 100년 전 백범 김구 선생의 ‘문화국가’ 소원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입니다. 만화, 영화, 게임, 패션, 건축, 음악 곳곳에서 문화가 꽃피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강원도민 여러분, 원주시민 여러분, 저 믿습니다. 강원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강원도 시대의 문을 활짝 열고 싶습니다.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세계를 배웠습니다. 지난 9년 많은 구상을 했습니다. 소외된 강원도가 아니라 당당한 강원도가 될 것입니다. 강원도 면적만큼 대접받고, 국가에 기여 하는 강원도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노력, 또 노력하겠습니다. 강원도 삶의 질을 서울, 수도권 수준으로 높여야 미래가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강원도로 몰려와야 발전이 있습니다. 1년에 50만명에 달하는 수도권 귀촌 인구가 강원도 ‘경제’와 만나야 성장합니다.

사랑하는 강원도민 여러분, 원주시민 여러분, 우리가 위대한 꿈을 갖고 도전하면

얼마든지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원주보다 면적이 작은 섬나라입니다. 하지만 인구 550만 명, 국민소득 6만불의 선진국입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은 인구 34,000명의 작은 농촌마을입니다. 하지만 식품산업으로만 연간 66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처럼 혁신하면 GDP 3조 6천억 달러, 독일 수준의 나라가 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혁신하면 GDP 6조 달러, 세계적인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지도자 크기만큼 기업이 성장합니다. 지도자 크기만큼 도시가 성장합니다. 지도자 크기만큼 나라가 성장합니다. 강원도가 미래로 나아가려면 사람을 키워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강원도는, 반드시 일어설 것입니다. 꿈을 가지고 미래로 나아갑시다. 함께 도전해 나갑시다.

존경하는 강원도민 여러분, 원주시민 여러분. 저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입니다.

흠결도 많은 사람입니다. 솔직히 두려움도 큽니다.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강원도에서, 원주에서 살아날 수 있을까?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날고 싶습니다. 원주시민과 강원도민들이 날개를 달아주신다면 여러분들과 함께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날고 싶습니다. 강원도민과 원주시민께 저의 운명을 맡기겠습니다. 사랑한다면 모든 운명을 맡기는 것이 아름다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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