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우스터(Worcester)의 5세 소년 오스카 색슬비 리(Oscar Saxelby-Lee)는 2018년 12월 T-세포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미성숙 백혈구 생성으로 조혈기능에 장애를 빚는 희귀 혈액암이었다. ‘오지 베어(Ozzy Bear)’란 애칭으로 불리던 통통한 소년 색슬비 리는 4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통통한 볼살을 다 내주고도 병을 이겨 내지 못했다. 버밍엄 아동병원 의료진은 줄기세포 이식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시간이 얼마 없다고 진단했다. 골수 기증자를 찾더라도 백혈구 항원(HLA) 저항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골수를 찾는 것만도 알려진 바, 1만7,000대 1의 확률이었다. 부모는 SNS를 통해 이웃들에게 구원을 청했다.
색슬비 리가 다니던 피트매스턴(Pitmaston) 초등학교가 지난해 2월 그 사연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올렸다. 학부모와 지역 주민을 비롯한 영국 시민들이 모금 첫날 목표액(5,000파운드)을 넘겨 기부했다. 기부금은 총 50만여파운드가 모였다. 국제 혈액암 환자 지원단체인 DKMS도 골수 기증자 모집 캠페인으로 색슬비 리를 도왔다. 17~55세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 첫날인 3월 2일 1,800여명이 동참했고, 일요일이던 3일에는 3,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추위와 폭우 속에 피트매스턴 초등학교 주차장에 마련한 등록처 앞에 줄을 섰다. 200여명은 즉석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고, 온라인으로 기증 의사를 밝힌 이도 1,000명이 넘었다. DKMS 측은 모두 5,800여명이 골수를 기증했다고, 색슬비 리를 비롯한 수많은 골수ㆍ혈액암 환자들이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색슬비 리의 병세는, 2차례 줄기세포 이식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았다. 가족은 모금된 돈으로 표적 항암 치료의 일종인 키메라 항원수용체(CAR- T therapy) 치료를 받기 위해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의 한 병원에 입원,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춰 본격 치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의료진과 가족은 각각 색슬비 리의 혈액과 골수에서 병원이 모두 사라졌다고, 추가 골수이식 등 치료는 더 받아야 하지만, 이제 고비를 넘겼다고 전했다. 병상의 색슬비 리는 환한 웃음으로, 생명의 기적에 힘을 보탠 시민들에게 보답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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