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절 기념식 영상에서 선창자로 재현
참석자들은 모두 태극기 들고 ‘만세’
3ㆍ1절과 광복절 기념식은 모든 참석자가 함께 하는 ‘만세삼창’으로 끝을 맺는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과 독립유공자, 일반인 참석자들까지 태극기를 손에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선열들의 독립의지를 기리는 데 만세삼창의 의미가 있다.
1일 서울 배화여고 교정에서 열린 제101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도 만세삼창이 이어졌다. 그런데 선창을 한 인물이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들고 있어 논란이 됐다. 이 인물은 다름아닌 백범 김구 선생. 일명 ‘실사형 디지털 아바타’라는 최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영상으로 재현된 인물이었다.
영상 속에서 김구 선생은 오른손에 한반도기를 들고 “기쁩니다. 벅찹니다. 고맙습니다. 세계를 호령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만세!”라고 선창했다. 선창에 따라 참석자 전원은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쳤다.
문제는 남북 화합을 나타내는 한반도기가 독립운동과 전혀 관계가 없고, 김구 선생이 활동하던 시기 한반도기가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3ㆍ1절 기념식용 재현 영상에서 굳이 한반도기를 등장시킨 것이 청와대의 숨의 의도 아니냐는 의구심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특히,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북한과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을 밝힌 만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를 타계하기 위한 메시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영상은) 실무팀에서 만든 것으로 대통령의 남북 협력 제안이랑 엮어서 보거나 할 것은 아니다”라며 “한반도기 활용의 의미를 굳이 해석하자면 ‘하나된 한국’이 김구 선생이 지향하는 바였으니 그 정신에 착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도나 해명과 관계 없이 선창자와 참석자들이 서로 다른 깃발을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는 장면은 분명 자연스럽지 못했다.
이날 김구 선생과 함께 유관순 열사와 홍범도 장군도 영상으로 재현돼 차례로 선창에 나섰는데, 김구 선생과 달리 두 사람은 태극기도 한반도기도 들지 않은 맨손으로 만세를 불렀다.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든 김구 선생의 모습에 더해 아무 깃발도 들지 않은 두 독립 영웅의 모습도 국민들의 눈에는 어색해 보였을 수 있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3인의 위인이 각각 상징적인 소품을 지니고 있는데, 김구 선생은 통일을 상징하는 한반도기를 들었고 유관순 열사는 위안부 할머니를 상징하는 나비 배지, 홍범도 장군은 국방부 마크를 부착했다”면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만큼 불편해 하는 사람도 있고 감동 받았다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3ㆍ1절 기념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문대통령 내외와 각계 인사 50여명만 참석한 채 단출하게 열렸다.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아 1만여 명이 참석한 지난해 기념식과 규모 면에서 큰 대조를 이뤘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