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대구 풍속도
지난 18일 대구 첫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2주. 대구시민들의 일상생활은 180도 바뀌었다. 병원 백화점부터 은행 관공서까지 문을 닫았고, 시민들도 외식ㆍ외출을 자제하고 일반 상가도 철시하고 있다. 좀이 쑤신 일부 시민들은 집을 나섰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주말 도심은 텅 비고 팔공산 등 트인 근교 공원은 북새통이다.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시민들의 차림새부터 확 변했다. 대구 확진자가 나오기 전 대다수 시민들은 마스크를 벗었다. 대형마트에도 쇼핑 인파가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18일부터 급변했다. 며칠 만에 외출하는 시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했다.
외식 대신 집밥… 대형마트 생필품 매출 껑충
감염을 우려한 시민들이 외식외출을 자제하면서 도심은 텅 비었다. 식당도 잇따라 문을 닫았다. 대구중앙지하상가(대현프리몰) 등도 철시했다. 서문시장은 휴장했다 2일 재개장했지만 사실상 개점휴업이다.
1일 오후 반월당 일대 도심은 텅 비었다. 평소 주말이라면 자동차가 왕복 10차로 도로를 꽉 메웠어야 할 시간대다. 확진자가 다녀가는 바람에 한차례 휴점했던 현대백화점 등에는 여전히 고객보다 직원이 많았다.
어쩌다 식당에 들린 시민들도 식탁에 마주보고 앉는 대신 옆으로 나란히 앉아 별다른 대화도 없이 먹기에만 열중했다.
반면 대형마트 식료품을 비롯 생필품 매출은 크게 늘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대구지역 6개 영업점 매출은 확진자 나오기 전ㆍ후가 확 다르다. 지난달 9~19일과 20일~3월1일 매출 비교 결과 전체 매출은 1.8% 증가에 그쳤다. 하지만 즉석밥은 96.0%, 라면 64.5%, 쌀 83.8%, 생수 35.7%, 통조림 91.3%나 늘었다. 조기방학에다 외식 자제로 집에서 밥을 해먹는 경우가 는 탓으로 풀이된다. 확진자 발생 초기 영업점에 따라 일시적인 품절사태가 벌어지긴 했지만 이후 공급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윤모(50ㆍ회사원)씨는 “요즘 친구는 물론 업무상 술자리도 전혀 없어 퇴근과 함께 귀가한다”묘 “온 식구가 한 자리에서 아침 저녁을 먹는 것은 좋은데, 아내가 힘들어 보여 미안하다”고 말했다.
주말 여가패턴도 확 변했다.
같은 날 오후 팔 공산 일대. 팔 공산으로 가는 대구공항 주변 도로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특히 동화시설지구 일대는 극심한 체증이 빚어졌다. 2주 가까이 집안에 갇혀 있던 시민들이 대거 나왔기 때문이다. 순환도로와 이면도로엔 불법주차차량이 가득 메웠고, 수태 골 파계 사 입구 등의 주차장도 만원이었다. 대구스타디움 주변도 여름 성수기처럼 인파로 붐볐다.
그렇다고 종전처럼 근처 식당에 들리는 시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집에서 사온 김밥 등을 차 안에서 먹거나, 커피숍에 들러도 자리에 앉기보다는 테이크아웃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백모(54)씨는 “밀폐된 실내가 아닌 공원이나 바닷가는 괜찮다고 해 식구들과 잠시 나왔다”묘 “가을 단풍철보다 사람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들도 “길만 막히지 매출은 영 별로”라며 하루빨리 사태가 종식하길 기대했다.
팔 공산 앞산 욱수골 등을 찾는 등산객도 늘기 시작했지만 등산형태는 종전과 딴판이다. 시청별관이나 대구스타디움주차장 등에 모여 한 차로 이동하는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각자 목적지에 차를 몰고 온 뒤 2, 3m간격으로 거리를 두고 등산하는 게 일반적이다. 등산을 마치면 하산주도 없이 제갈 길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택근무ㆍ단축근무 늘어
일부 기업은 직원 감염을 우려해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국민은행 현대백화점대구점 등은 단축근무를 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는 지난달 28일부터 당분간 대구지역 전 상영관 문을 닫았다.
범어동 학원가의 한 유명 김밥집은 테이크아웃 전용으로, 수성구 유명 피자집은 매장영업 대신 배달로 전환했다.
배달주문이 늘면서 일부 온라인쇼핑몰에서 하는 신선식품 당일배송은 오전 새벽 1, 2시가 지나면 품절되기 일쑤다. 배송인력이 주문을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문을 연 업소 중에는 이미지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영업중인 곳이 많고, 근무시간을 단축해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고 싶을 것”이라며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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