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감기로 인해 1일(현지시간)부터 시작하는 사순절 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날 바티칸 성베르도광장에서 열린 일요 삼종기도회에서 교황은 “불행하게도 올해는 감기로 (사순절 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면서 “이곳(바티칸)에서 묵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교황은 교황청 고위 관료들과 함께 로마 남동쪽 외곽에 있는 아리차의 한 수도원에서 이날 오후부터 6일간 연례 사순절 피정에 나설 계획이었다.
교황의 사순절 피정 불참은 이례적이다. 피정은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한 곳에서 묵상이나 기도 등 종교적 수련을 하는 것으로, 특히 사순절 피정은 카톨릭 신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어서다. AP통신은 “교황 임기 7년간 피정에 불참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교황은 2013년 즉위했다.
교황은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일정을 취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27일 로마 시내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성당에서 사순절 미사 집전을 취소했다. 이날은 기도회를 진행했으나 짧은 강론 중 여러 차례 기침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황청은 가벼운 질환이라고 밝혔으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탈리아에서 급속하게 확산하는 터라 신자들의 우려를 샀다. 교황은 20대 초반 호흡기 질환으로 폐의 일부를 절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로마 가톨릭 교회의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이달 26∼28일 중부 아시시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세계경제연대대회’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오는 11월로 잠정 연기됐다. 로이터통신은 주최 측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이탈리아행 항공 노선이 잇달아 중단돼 참가자들의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대회 연기 결정이 교황의 건강 상태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이날 1,694명으로 전날보다 566명 증가했다. 중국, 한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인원이다. 사망자 역시 전날 대비 5명 증가한 34명으로 집계됐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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