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소 285명 격리… 아세안정상회의 앞 코로나19 차단 총력
베트남 정부가 강제 격리한 한국인 수가 최근 사흘간 300명에 육박했다. 반면 한국과 더불어 격리 조치가 예고됐던 일본, 싱가포르 입국자를 강제 격리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구책이라지만 유독 한국인에게 가혹한 모습을 보이면서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베트남 주재 한국 대사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베트남 입국 과정에서 격리 조치된 한국인은 최소 285명이다. 이 중 209명은 하노이(127명), 호찌민(61명), 다낭(21명) 일대 베트남 군 시설과 보건소 등 20여곳에 분산 수용돼 있다. 베트남거주증을 소지한 교민 66명은 각자 거주지에서 자가 격리에 들어갔고, 10명은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항공사들은 이날 호찌민 4편, 하노이ㆍ다낭ㆍ냐짱에 1편씩 비행기를 보내 격리된 사람들의 귀국을 도왔다. 지역 교민사회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실시간 격리 상황을 공유하며 지원하고 있다. 대사관은 노약자 등에 대한 격리 우선 해제를 위한 협의도 베트남 정부와 진행하고 있다.
유례가 없는 베트남 정부의 강제 격리는 △직접 투자 1위 △연간 방문 관광객 2위 등 베트남 경제 발전에 공헌한 한국 입장에선 아쉬움을 넘어 황당할 수밖에 없는 조치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의 강경책은 한국에 대한 기피가 아닌 베트남 내부의 열악한 의료 및 방역 시스템에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국가적 전염병 확산 시 이를 동시에 파악하고 대처할 방역 시스템 자체가 아직 구축되지 않아서 무리하게라도 입국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베트남 정부가 대구ㆍ경북에 체류하는 자국민 4,000여명에 대한 입국마저 불허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지 진출 기업 관계자는 “‘베트남의 검사 장비나 의료 수준이 우리보다 상당히 낮은 걸 체감했다’는 게 격리 조치를 당한 교민들의 증언”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베트남 내 혐한 기류는 이번 조치와 크게 상관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노완 대사는 “베트남이 올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정상회의를 비롯한 굵직한 국제 행사를 앞둔 데다, 의료 시설이 열악해 코로나19 유입 차단에 총력전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한국 주재 베트남 대사를 불러 우리 항공사 여객기의 하노이 공항 착륙을 불허한 베트남 정부 조치에 강력 항의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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