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밥줄이 끊겼다. 앞으로 생계가 막막하다.” “극장 문을 열면 관객이 없어서 손해이고, 그렇다고 문을 닫으면 아예 수입이 끊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맨다 치더라도 이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몰라 두렵다.”
최근 문화예술계 현장에서 들려오는 절박한 아우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문화예술계는 침체를 넘어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공연 중단ㆍ취소가 잇따르면서 배우와 스태프가 일자리를 잃었고, 제작사와 소규모 극장들은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관객이 찾지 않는 영화관은 말 그대로 개점 휴업 상태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아이돌 스타들의 해외 활동도 가로막혔다.
◇반토막 난 공연계
1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연극ㆍ뮤지컬ㆍ클래식ㆍ무용 등 공연 매출액은 206억6,148만원으로 집계됐다. 1월 매출액 402억7,727만원에서 반토막이 났다. 3월 전망은 더 암울하다. 국ㆍ공립 예술단체 공연을 비롯, 지자체 행사나 민간 공연 등이 상당수 취소돼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전용 상담 창구에는 각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2월 20일부터 28일까지 340건이 접수됐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도 2월 한 달간 상담이 6,431건 접수됐다. 1월(3,643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재단 관계자는 “상담 내용 상당수가 ‘상반기 공연 취소로 수입이 완전히 끊겼다’며 생활자금 융자 방법을 문의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는 한국연극협회에도 2월까지 공연 중단 및 취소가 56건 접수됐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김관 협회 사무총장은 “아직 피해 상황조차 파악 못한 곳이 대다수”라며 “본격적으로 접수가 시작되면 피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예술인 생활자금 융자 30억원이나 공연단체 피해 지원 21억원 등을 내놨지만, 금액 자체가 부족한 데다 당장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주로 저금리 대출이라, 현장에서는 ‘결국 빚만 늘어난다’며 불만도 나오고 있다.
◇위약금이 더 무서운 미술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전시 관람객 수도 2월 셋째 주(17~21일) 대비 넷째 주(24~28일)에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가장 인기 있는 ‘툴루즈 로트렉 회고전’(5월3일까지)의 경우 평일 하루 관람객 1,000명 이상을 기록하다 500명 이하로 줄었다. 손익분기점인 10만명을 넘기기도 어려워졌다.
하지만 전시를 그만둘 수는 없다.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내야 해서다. ‘모네에서 세잔까지: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걸작’전(4월19일까지),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카스틸리오니전(4월26일까지), 볼로냐일러스트 원화전(4월23일까지)은 이 같은 경우다. 전시 관계자는 “대형 전시의 경우 전시 관련 계약을 맺은 업체가 200여곳이 넘는데, 취소할 경우 이들 업체 모두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관 ‘썰렁’ … BTS 등 한류도 타격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에다 홍상수 감독의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 소식이 이어진 영화계도 얼어붙긴 매한가지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2월 총 관객은 734만7030명으로, 지난해 2월(2,227만7,733명)의 30% 수준에 그쳤다. 매출액도 지난해 2월 1,899억9,080만원에서 올해 2월 620억9392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사냥꾼의 시간’ ‘결백’ ‘콜’ 등 새 영화 개봉도 줄줄이 연기됐다. ‘콜’의 투자배급사 양지혜 홍보팀 부장은 “내용에 어울리는 계절을 감안하기도 해야 해 영화 개봉을 마냥 늦출 수 없다”면서도 “코로나19가 언제쯤 잦아들지도 알 수 없으니 난감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린 국가가 70개를 넘어서면서 K팝을 중심으로 하는 한류 시장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이미 갓세븐, 태연, 김성규 등 한류 스타들의 대만 공연, 레드벨벳과 동방신기, NCT드림 등의 일본 공연이 미뤄졌다. 방탄소년단의 4월 서울 공연 취소 소식은 미국 등 해외 매체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김표향ㆍ라제기ㆍ강지원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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