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국 이라크ㆍ파키스탄 등 전파… 이탈리아 등 유럽 확산 가속
중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원지 이란이 심상치 않다. 사망자 수가 세계 평균 치사율(3.4%)을 크게 웃도는데,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도 많은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란 당국의 정보 통제로 조작 의혹까지 불거져 자칫 코로나19 확산세의 지속 여부를 가늠할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 정부는 1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날보다 385명 증가한 978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도 11명 늘어 54명에 달했다. 중국을 빼고 가장 많은 사람이 숨졌다. 문제는 확진자 수 대비 사망률과 완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이날 현재 이란의 사망률은 5.5%, 완치자(175명) 역시 중국 다음으로 많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의약품 및 의료장비 도입이 어려워지면서 이란 의료체계가 흔들리는 점을 감안하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접국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나타나는 등 이란발 지역감염은 현실화하고 있다. 이라크에선 지난달 29일 확진자 5명이 추가돼 총 13명으로 늘었다. 파키스탄도 확진자 2명이 확인됐다. 코로나19 환자가 전무했던 카타르에서도 이날 이란에서 최근 귀국한 36세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란과 국경을 접한 아제르바이잔은 “2주간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공식 성명을 내놨다.
유럽도 코로나19 전파 속도가 기세를 꺾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는 29일 확진자 240명이 더 나와 1,000명(1,128명)을 돌파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확진자도 100명대에 도달했고, 아일랜드에서는 전날 이탈리아를 여행했던 첫 남성 확진자가 발생했다. 호주, 태국에서는 1일 첫 사망이 확인됐다. 호주 사망자는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했던 78세 남성이다.
마지막 ‘청정 지역’으로 꼽혔던 중남미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에콰도르에서 29일 첫 감염자가, 브라질에서는 두 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에서도 확진자가 4명으로 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와 국경 폐쇄 등 추가적인 여행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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