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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에이즈 약 ‘코로나19 효능’ 왜? 바이러스 진화 때 생존전략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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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에이즈 약 ‘코로나19 효능’ 왜? 바이러스 진화 때 생존전략 공유

입력
2020.03.02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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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증식 교란ㆍ복제 방해… 말라리아 약 효과는 수수께끼

코로나 바이러스. 대한메디컬아티스트학회 제공
코로나 바이러스. 대한메디컬아티스트학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코로나19를 저격할 맞춤형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에볼라와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 독감(인플루엔자) 치료제가 효과를 보인다.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진화 과정에서 공유한 생존 전략을 공략하는 약이 여러 병에 ‘호환 가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토대로 과학자들은 기존 약을 다른 치료에 쓰도록 탈바꿈시키는 ‘약물 재창출’에 나서기 시작했다.

1일 과학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중국이 이들의 치료에 주로 쓰는 약 성분은 에볼라 치료용 렘데시비르, 독감 치료용 파빌라비르, 말라리아 치료용 클로로퀸 등 3가지다. 이 가운데 중국은 파빌라비르를 공식 코로나19 치료제로 처음 승인했다. 파빌라비르는 중국 제약사에서 일본 기술을 도입해 만든 약이기 때문에 즉시 현지 생산이 가능하다.

파빌라비르의 ‘원조’ 격인 일본 제약사의 파비피라비르 성분은 독감 바이러스의 증식을 교란시킨다. 독감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들어간 뒤 증식을 위해 자기 유전자를 복제하는데, 파비피라비르는 바이러스 유전자를 구성하는 단위 물질과 구조가 비슷하다. 바이러스가 파비피라비르를 단위 물질인 줄 착각하고 가져다 쓰면서 유전자 복제가 엉망이 돼버리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파빌라비르가 코로나19 환자에게 효과를 보인 이유도 이런 ‘교란 작전’이 통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독감과 코로나 바이러스는 유전자 단위 물질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전자 증식을 방해한다. 다만, 작용 방식에선 파비피라비르와 다르다. 숙주 세포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복제할 땐 ‘복제 효소’가 꼭 필요한데, 렘데시비르는 이 복제 효소에 달라붙어 활동을 방해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에볼라와 유사한 유전자 복제 효소를 갖고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렘데시비르의 방해로 복제 효소가 제대로 활동 못하면 바이러스는 증식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승인을 받진 않았지만 이들과 마찬가지로 항바이러스 기능을 하는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 성분 혼합)도 일부 코로나19 환자에게 효과를 나타냈다. 이 약은 에이즈 바이러스의 단백질 ‘절단 효소’를 방해한다. 보통 생명체에선 유전자 하나가 단백질 하나를 만들지만, 바이러스는 유전자가 너무 적어 이렇게 해선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을 모두 확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에이즈 바이러스는 먼저 커다란 단백질 덩어리를 만든 다음 이를 절단 효소로 적절히 잘라 사용한다. 소량의 유전자로 다른 생명체보다 훨씬 간단하고 빠르게 단백질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이런 전략을 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의 효과는 수수께끼다. 클로로퀸은 말라리아 원충(기생충)이 숙주의 적혈구에 침투해 헤모글로빈을 먹어 치우는 걸 막는다. 원충을 굶어 죽게 해 병을 치료하는 건데, 이 과정은 코로나바이러스와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 그럼에도 클로로퀸은 임상에서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꽤 높다고 알려져 과학자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에 쓰이는 약 성분의 종류와 기능.
코로나19 치료에 쓰이는 약 성분의 종류와 기능.

코로나19 치료에 기존 약을 활용하는 이유는 신약을 개발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처방이 많이 돼 안전성이 입증된 약 중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걸 골라 임상에 써보며 가장 적합한 성분을 찾아가는 것이다. 국내 과학자들은 이를 확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1,700여가지 약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효과 있는 성분을 더 찾아보고 있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후보 성분이 나오면 영장류를 대상으로 실험할 예정”이라며 “빠르면 상반기 중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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