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마트 등 구름 인파… 사흘간 1150만개 풀렸지만 품귀 여전
정부 “2일부터 정상 공급”… 우체국 장당 1000원, 5매 한도 판매
대구 수성구에 사는 주부 서모(50)씨는 요즘 마스크만 생각하면 머리부터 아프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서 몇 시간씩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구에선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동안 행여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도 고통이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기승으로 불거진 ‘마스크 대란’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에서 공적 판매처에 물량을 공급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제품 구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1일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이날 공적 판매처를 통해 공급된 마스크는 203만개에 이른다. 우체국이나 약국 등이 문을 닫은 휴일이어서 정부가 발표한 공급목표량(1일 500만개)엔 모자라지만, 본격 공급이 이뤄진 지난달 28일 501만개, 29일 448만개를 포함하면 사흘간 1,150만개 이상의 마스크가 전국 풀린 셈이다. 특별공급지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은 마스크 공적 지원이 대부분 진행됐고 다른 지역은 현지 유통 채널 상황 등에 따라 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마스크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실제 공적 판매처인 서울 양천구 행복한백화점, 전국 농협하나로마트 등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끝까지 구입 못한 국민들의 항의는 빗발쳤다.
일부에선 이미 정부의 관리하에 공장을 가동 중인 마스크 생산업계에 원성을 돌리고 있다. 현재 약 130여개 전국 마스크 생산공장엔 식약처 공정위 국세청 관세청 경찰청 지자체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단속반이 파견돼 유통상황을 직접 조절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하루 생산 가능한 물량 10만장 중 절반인 5만장만 공적 물량으로 공급하면 되지만, 위기 상황인 만큼 정부에서 전량을 달라고 하면 주고 있다”고 말했다. B업체 관계자는 “휴일이라 짐을 이동할 지게차 기사가 없다고 하니, 정부 관계자들이 군인과 군용트럭을 보내줘 약속대로 물량을 공급했다”고 전했다. 정부 목표량인 전체 생산물량의 50% 가량은 제조업체에서 생산과 공급이 이뤄지고 있단 얘기다.
마스크 품귀 현상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수출도 급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이후 하루 100만장 이상이던 이달 1일 마스크 수출량도 1만장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12일부터 5일간 중국에 수출된 보건용 마스크가 이달 1일 평균 100만장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출량이 기존의 1% 선으로 내려 앉은 꼴이다.
그렇다면 마스크의 시중 공급은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일까. 정부에선 공장에서 배송처로 이동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시차와 수급처 상황에 따라 물량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실제 정부의 하루 공급목표량 중 20%인 100만장은 대구·경북 특별관리지역으로 우선 들어가고, 나머지 400만장이 기타 지역으로 지급된다. 전국 약국에 240만장, 의료기관 50만장, 공영홈쇼핑·중소기업유통센터에 10만장, 하나로마트·우체국에 각 50만장씩 공급된다. 1일에는 우체국 약국 등은 문을 닫으면서 전체 물량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식약처 관계자는 “주말 동안 약국이 문을 열지 않는 곳이 많다 보니, 공급 물량이 줄었지만 2일부터는 다시 정상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 여파로 폭증한 마스크 수요에 생산이 턱없이 부족하단 점도 주된 원인이다. 의학계에서 권장한 1회용 마스크의 최대 사용기간인 이틀을 감안하고 국민 절반이 마스크를 쓴다고 가정하면, 최소 1일 1,250만개가 필요로 하다. 반면 하루에 내수로 풀릴 수 있는 최대 양은 1,170만개(하루 생산량 1,300만개에서 최대 수출 허용치 130만개를 뺀 수치)이어서, 매일 80만개씩 모자라는 셈이다. 여기에 불안감에 예비용 마스크를 확보하려는 가수요까지 폭발하면서 마스크 품귀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얌체 상술에 눈이 먼 도매상들의 사재기에 따른 부작용 역시 이번 마스크 대란의 배경이다.
마스크 제조업계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C업체 관계자는 “차라리 지금처럼 위기 상황에는 정부에서 100% 갖고 가서 필요한 곳에 물량을 공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D업체 관계자는 “지금처럼 국민들의 불신을 받기가 싫다”며 “정부에서 생산량을 모두 갖고 가 좋은 일에 사용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마스크 수급 관련 대책을 보고한 이의경 식품의약품 안전처장 등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최우선으로 강구하라”며 “정부 담당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정부의 마스크 공적 판매로 지정된 우정사업본부는 2일 오전 11시부터 전국 1,406곳에서 제품 판매에 들어간다. 가격은 1매당 1,000원으로, 1인당 5개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다만, 판매 가격은 공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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