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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곰상, 아버지의 이름으로” 라술로프 감독 딸이 대리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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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곰상, 아버지의 이름으로” 라술로프 감독 딸이 대리 수상

입력
2020.03.01 16:59
수정
2020.03.01 19:2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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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영화 '데어 이즈 노 이블'의 배우 바란 라술로프가 출국금지된 아버지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을 대신해 29일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은 후 환히 미소짓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이란 영화 '데어 이즈 노 이블'의 배우 바란 라술로프가 출국금지된 아버지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을 대신해 29일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은 후 환히 미소짓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최고상을 받았으나, 정작 수상자는 무대에 오르지 못 했다. 29일(현지시간)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시상식 얘기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은 이란 감독 모하마드 라술로프의 ‘데어 이즈 노 이블’에게 돌아갔다. ‘데이 이즈 노 이블’은 4개의 이야기를 통해 사형제도가 이란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묘사하면서 폭정 속의 개인 자유를 다루고 있다.

이 때문에 라술로프 감독은 이란 정부의 출국 금지 대상이 됐고, 감독의 딸이자 영화에 출연한 배우 바란 라술로프가 황금곰상을 대신 받았다. ‘데어 이즈 노 이블’ 프로듀서 파자드 팍은 “영화에 참여해 자신들의 인생을 위험 속으로 몰아넣은 놀라운 배우와 스태프에게 감사한다”는 뼈 있는 한마디를 내놓았다.

이란 영화 '데어 이즈 노 이블'.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이란 영화 '데어 이즈 노 이블'.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라술로프 감독은 2017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한 ‘집념의 남자’ 등 사회비판적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지난해 국가 안보를 위협한 죄로 1년형을 받았고, 영화 연출을 금지당했다. 라술로프 감독은 베를린영화제에 앞서 공개한 성명을 통해 “베를린에 가서 내 영화를 볼 수 없어 유감이지만 영화제 참석 권리는 내 것이 아니다”며 “이는 이란 정부의 무관용과 폭압성을 명확히 드러낸다”고 밝혔다. 라술로프 감독은 수상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휴대폰 영상 통화를 통해 “(수상작은) 폭정 아래에서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한 영화”라며 “정부에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으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란 영화 '데어 이즈 노 이블'의 한 관계자가 29일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시상식에서 황금곰상과 '데어 이즈 노 이블'의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사진이 담긴 휴대폰을 함께 들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이란 영화 '데어 이즈 노 이블'의 한 관계자가 29일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시상식에서 황금곰상과 '데어 이즈 노 이블'의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사진이 담긴 휴대폰을 함께 들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베를린영화제와 이란의 악연은 2015년에도 있었다. ‘택시’로 황금곰상을 받은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 역시 출국 금지 조처로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파나히 감독 역시 2010년 국가 안보를 위협한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은 ‘경력’이 있다.

영화제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은곰상) 임신한 10대 이야기를 그린 미국 감독 엘리자 히트먼의 ‘네버 레얼리 썸타임스 올웨이스’, 남자배우상(은곰상)은 ‘히든 어웨이’의 엘리오 제르마노, 여자배우상(은곰상)은 ‘운디네’ 의 파울라 베어에게 돌아갔다.

한편,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행사장 곳곳에 손세정제가 비치됐고, 레드카펫엔 마스크를 쓴 영화감독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1951년 베를린영화제 창설을 주도한 알프레드 바우어의 나치협력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프레드 바우어상(은곰상) 시상이 중단되기도 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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