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세계적 주류 브랜드도 홍역을 앓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수입 맥주이자 세계적으로도 판매량이 높은 ‘코로나 맥주’가 이름 탓에 된서리를 맞은 것.
멕시코산인 코로나 맥주를 수입해 미국에서 유통하는 컨스텔레이션브랜드는 최근 코로나 탄산수 4종을 새로 출시하면서 구설에 올랐다. 회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홍보물에서 해변에 놓여 있는 신제품과 함께 “곧 상륙한다”는 문구를 적어 넣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고 미국에도 본격적인 상륙 조짐을 보여 공포감이 커지는 상황과 공교롭게 맞물린 셈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시기를 잘못 택했다” “코로나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이냐” “역겹다” 등의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는 말로 코로나 맥주도 왕관을 브랜드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다. 긍정적 이미지의 코로나가 한 순간에 병균을 뜻하는 부정적 단어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성명을 통해 “지난 30년간 우리는 해변 이미지를 사용해 왔다”며 “이번 광고 역시 소비자 선호에 근거했으며 그 동안 우리가 해왔던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은 바이러스와 우리 사업 사이에 아무 연관이 없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광고를 연결 짓지 말아 달라는 당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걷잡을 수 커지면서 눈치 없는 홍보물을 제작했다는 비난이 들끓자 회사는 TV 광고물에서 해변 이미지는 살리되 ‘곧 상륙한다’는 문구는 뺐다.
소비자들이 맥주와 바이러스를 별개로 판단한다는 회사 측 주장과 달리 브랜드 이미지는 날로 타격을 입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5WPR에 따르면 미국 맥주 애호가의 38%가 코로나 맥주를 사지 않겠다고 답했고 16%는 맥주와 바이러스가 연관이 있는지 혼란스럽다고 응답했다. 5WPR은 “지난 몇주간 ‘코로나 맥주 바이러스’ ‘맥주 코로나바이러스’ 검색어도 증가했다”면서 “최근 상황이 코로나 브랜드에는 재앙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유고브도 코로나의 브랜드 점수가 1월 71점을 기록했다가 지난달 말에는 51점으로 추락해 최근 2년간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고 밝혔다. CNBC방송은 코로나 브랜드 상품이 경쟁자들과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