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간 사실을 알리지 않을 테니 돈을 입금하라.”
식당 주인 A씨는 최근 황당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신을 ‘코로나19 확진자’라고 소개한 한 사람이 A씨 가게에 다녀갔다며 전화를 건 것이다. 그는 정부에 알려야 하는 ‘동선’에서 A씨 가게를 빼주겠다며 대신 돈을 요구했다. A씨는 당장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만큼 잠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A씨가 가게를 언제 방문했는지 등을 자세히 캐묻자 그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틈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이나 허위 내용의 문자 사기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부처 간 수사공조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기로 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코로나19 관련 피싱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금융감독원과 경찰청 등과 협조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밝힌 대표적인 범죄 유형은 ‘가짜 코로나19 안내 문자 메시지’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급속 확산. 확진자 및 접촉자 정보 확인하기 → open.xxx.xxx.com’ 같은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내 인터넷 주소(URL)의 접속을 유도하는 식이다. 하지만 주소를 누르면 확진자 정보가 나오지 않고, 대신 휴대폰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돼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빼간다. 일명 ‘코로나19 문자 스미싱(SMS+Phishing)’이다.
금융위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긴급 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만큼 해당 정보만 확인할 것을 조언했다. 지자체가 보내는 메시지에는 URL이 첨부돼 있지 않고, ‘XX구청 홈페이지를 확인해달라’는 문구만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한 자신이 확진자라고 전화를 하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확진자가 거쳐간 곳이라면 이미 카드 결제 내역이나 통신 기지국 추적 등으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에 “동선에서 빼주겠다”는 협박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피해 예방을 위해 ‘지연이체서비스’ 가입도 권고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돈을 이체 시킨 뒤에도 최소 3시간 이내 이체가 지연되고, 해당 시간 내에 이체를 취소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만약 송금이나 이체까지 해버렸다면 은행과 경찰, 금융감독원에 신고해 이체 계좌에 대한 지급 정지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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