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가 영화 ‘기생충’으로 올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의 외조부인 박태원 작가를 조명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북한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지난달 29일 ‘공화국의 품에 안겨 장편소설 갑오농민전쟁을 쓴 재능있는 작가’ 제하 기사에서 박태원을 집중 조명했다. 박태원은 한국에선 1934년에 발표한 대표작 ‘구보씨의 하루’로 알려져 있다.
1909년생인 박태원은 1950년 6ㆍ25전쟁 발발 후 북측으로 넘어가 종군작가 역할을 했다. 매체는 박태원의 월북 후 활동을 주로 소개하며 김일성 주석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인연도 강조했다. 매체에 따르면 박태원은 1965년 장편소설 ‘계명산천은 밝아오느냐’를 발표해 북한 내 대단한 반향을 얻었고, 실명 위기 속에서도 월북 후 재혼한 권영희씨에게 구술해 1977년 4월 ‘갑오농민전쟁’ 1부를 집필했다. ‘비상한 정열’을 가졌다고 평가 받은 박태원의 이 작품을 두고 김 주석은 “박태원 동무와 같이 역사소설을 쓰는 사람이 귀하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1986년 봄 ‘갑오농민전쟁’ 3부를 완성한 박태원은 같은해 숨졌고, 1998년 김정일 위원장은 그의 묘를 애국열사릉에 이장했다.
이 매체가 박태원의 외손자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대남 매체를 동원해 그의 행적을 재차 다룬 건, 최근 봉 감독의 활약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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