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와 7번째 협업 작품…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후 두 번째 은곰상
홍상수 감독이 영화 ‘도망친 여자’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인 감독상을 받았다. 홍 감독의 영화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는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최우수여자배우상(김민희)을 수상한 이후 두 번째다. 홍 감독은 ‘밤과 낮’과 ‘누구의 딸도 아닌 혜원’ 등으로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네 차례 초청됐다.
홍 감독은 29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베를린영화제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자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연인이자 영화의 주인공인 김민희와 뜨거운 포옹을 한 후 무대에 올라 상을 받았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 드리고 싶다”며 “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도망친 여자’는 홍 감독의 24번째 장편영화로 김민희와는 7번째 협업한 영화다. 홍 감독은 “허락한다면, 여배우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김민희와 서영화가 일어나 박수를 받았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번도 떨어져 보낸 적이 없는 남편이 출장을 간 후 한 여자가 세 명의 친구를 각기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일을 그렸다.
한국 영화가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받기는 2004년 ‘사마리아’의 김기덕 감독 이후 두 번째다. 한국 영화는 세계 3대 영화제(칸ㆍ베를린ㆍ베니스) 중 칸영화제(2019년 ‘기생충’)와 베니스영화제(2012년 ‘피에타’)에서 최고상을 수상했지만 베를린영화제 최고상(황금곰상)을 수상한 적은 없다.
수상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영화가 ‘작은 것으로부터 출발해 현대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에 대해 “나는 큰 그림을 그리거나 큰 의도를 갖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면서 “작은 세계에서 조그맣게 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한 것이 아니라 섬세하고 세부적인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도망친 여자’는 올 봄 개봉할 예정이다.
황금곰상은 이란의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데어 이즈 노 이블’이 차지했다. 라술로프 감독은 출국이 금지돼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영화에 출연한 그의 딸이 대리 수상했다.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은 미국 엘리자 히트먼 감독의 ‘네버 레얼리 썸타임스 올웨이스’, 은곰상 남자배우상은 ‘히든 어웨이’의 엘리오 제르마노, 은곰상 여자배우상은 ‘운디네’ 의 파울라 베어에게 돌아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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