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책 혼란 자초 후 회견 자청
“아직 질문 있다” 기자 요청에도 종료
SNS서 “대응 실패에 대한 반성 없어”
“아직 질문이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여성 프리랜서 기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총리가 오후 6시부터 20분간 준비해온 원고를 읽은 뒤 16분에 걸쳐 5가지 질문만 받은 뒤 회견을 마치려 하자 질문 기회를 얻지 못한 취재진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하세가와 에이치(長谷川榮一) 내각 홍보관은 “예정된 시간이 지났다”며 자리를 정리했고 아베 총리는 멋쩍은 표정으로 회견장을 떠났다.
이날 회견은 지난 27일 아베 총리의 전격적인 초ㆍ중ㆍ고등학교 임시휴교 요청으로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마련된 자리였다. 아베 총리는 임시휴교 방침 결정과 관련해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판단에 시간을 들일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 근거를 좀 더 상세히 듣고자 했던 기자들의 질문은 끝내 외면당했다. 아베 총리가 회견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잘 알려지지 않은 적과의 싸움에 비유하며 “정부의 힘만으로는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없다. 국민 한 분 한 분의 협력을 부탁한다”며 자세를 낮춘 것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야당과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오사카 세이지(逢坂誠二) 입헌민주당 정조회장은 “대책의 내용과 대국민 메시지에 새로운 게 없어 매우 유감”이라고 혹평했고,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국민민주당 대표도 “국민은 더 구체적인 얘기를 듣고 싶었다”고 지적했다. 구마가야 도시히토(熊谷俊人) 지바시장은 아베 총리가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했다는 의미로 ‘연설’이라고 꼬집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총리가 원고를 일방적으로 읽기만 했다”, “그간의 대응에 대한 반성이나 해명 대신 검토하겠다는 말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사실 이런 냉소와 비판은 예견된 것이었다. 일본 정부는 그간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자들의 선내 격리와 하선 후 귀가 방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일축했다. 그러나 선내 감염자가 수백명으로 늘었고 결국 사망자도 6명이나 나왔다. 게다가 하선 후 대중교통 등으로 귀가한 이들 중 감염이 확인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총리와 일부 각료들은 대책본부회의 참석에도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이를 의식했는지 아베 총리는 “총리로서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지키기 위한 큰 책임을 다하겠다”며 자못 비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 홋카이도지사가 전날 긴급사태를 선포하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상황판을 통해 도민들에게 향후 3주간 주말 외출 자제를 호소했던 모습에 비해 형식적이고 긴장감 없는 회견이었다는 비판에 부닥쳤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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