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를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20대 청년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갔던 보이스피싱 조직원 중 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경찰청은 지난달 20일 서울중앙검찰청 검사라고 소개한 남성의 전화를 받은 취업준비생 A씨가 서울의 한 주민센터 보관함에 넣은 400여만원을 수거해 조직에 전달한 혐의(사기)로 인출책 B씨를 조사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A씨는 검사라고 소개한 남성의 전화를 받은 후 ‘당신의 계좌가 대규모 금융사기에 연루돼 있으니 돈을 인출하라’, ‘전화를 끊으면 처벌받는다’며 협박당하자 은행에서 피해 금액을 인출해 KTX를 타고 서울로 가 한 주민센터의 보관함에 돈을 넣었다. A씨는 또 실수로 통화가 끊기자 본인이 처벌을 받을까봐 괴로워하던 중 사흘 뒤 ‘수사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아들을 잃은 A씨의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들의 유서를 공개하며 아들이 보이스피싱을 당하게 된 경위를 담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A씨 아버지는 “보통 피해자가 어리숙했다고 판단하지만,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2만명에 달하는 이들을 모두 어리석었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피해자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집 보급과 예방 교육, 관련자 처벌강화를 요구한다”고 썼다.
A씨 부모의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주민센터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B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누군가에게 피해 금액을 건넨 사실을 확인하고 총책까지 확대해 수사하고 있으며, 아직 구체적인 수사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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